"우리도 남을 돕지요" 여성 장애인 4명 나흘간 자원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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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전주 자림원의 장애인 봉사자들(오른쪽 4명)과 동행 교사들.

"주위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기만 했는데, 이제부터는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싶어요."

최근 나흘간 '특별한 외출'을 무사히 마치고 전주자림원으로 돌아온 김묘숙(32.여).송남숙(28.여).이혜란(26.여).이상문(39)씨.

정신지체 2~3급 장애인인 이들은 지난 11~14일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열린 전주 덕진종합경기장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30분마다 한번씩 테니스 코트 안팎을 돌며 빈병.담배꽁초.휴지 등을 치웠다.

자림원은 현재 정신지체 장애인 17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곳에는 한 해에 3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찾아 오지만, 장애인 원생들이 밖에 나가 봉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자림원의 한 교사가 지난 3월 초 장애인체전 자원봉사자 모집 소식을 듣고 원생들에게 참여를 제안했다.

신체 일부를 못쓰는 장애인과 달리 정신지체 장애인들은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수동적.의존적 특성이 있어 자원봉사에 자발적으로 나서는 경우가 거의 없다. 때문에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많았고,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수습하려고 모험을 하느냐"는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자림원 교사들은 논의 끝에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들이 하는 행사를 지원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고 사회 적응에도 도움이 된다"며 참가를 결정했다.

참가 희망자 중 청소.주변 정리 등 간단한 일은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4명을 선정, 나들이.혼자 물건 사 보기 등 사회생활 요령.의사표현 훈련을 실시했다.

실제 봉사활동 때는 사고에 대비, 전화번호가 적힌 이름표를 목에 걸어주고 유혜숙(25).정윤미(22).이영림(47)교사가 동행했다.

봉사에 나섰던 이혜란씨는 "지저분한 운동장을 내 손으로 깨끗하게 청소하고 다른 학생.아주머니 봉사자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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