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이코노믹스>新경영이론 3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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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경영이론은.한때 반짝했다 시들해지는 유행'이라고 한다면 경영학자들이 웃을 일이다.두고두고 위력을 발하며 기업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이론이 그만큼 드물다는 얘기도 된다.전문적인 경영자문가를 경영.구루'로 부른다..구루'란 영감(靈感) 을 불어넣는정신적 지도자라는 힌두어다.따라서.구루'들의 이론은 일종의.복음'이지 체계를 갖춘 학설은 못된다는 비판도 끈질기다.
총체적 품질관리.벤치마킹.아웃소싱.전략제휴.리엔지니어링등 새로운 기법들은 유행처럼 경영계를 휩쓸다 너도나도 흉내내 보편화될 쯤이면.약효'를 잃고 흐지부지된다.구조개혁과 대량감원의.피'를 부른 리엔지니어링마저 3~4년도 못가 기세가 꺾였다.목자르기 위주의.길로틴경영'이라는 비판까지 쏟아진다.그 혁명의 전도사 마이클 해머 스스로 .인간자본을 너무 경시했다'고 뒤늦게고백한다.
어느 기업이 새 기법을 첫 도입한 한동안은 경쟁력을 갖는다.
그러나 경쟁업체들이 다투어 이를 흉내내면 그 우위는 금세 사라진다.한때 유행하는 개념 내지 행동양식이라는 뜻에서.매니지먼트패드'로 불리기 시작했다.
유행은 돌고 돈다.워싱턴 포스트지는 새해를 맞아 앞으로 주목되는.유행'세가지를 선보였다.마이클 포터(하버드경영대학원)의 전략경영이 그 첫째다.일종의 복고풍이다..무엇을 할 것인가'보다.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에 관한 결단을 촉구한다.한우물이라도 제대로 파라는 뜻이다.백화점식 경영을 통한 규모의 경제와.시너지 신앙'에 대한 강력한 경고다.
두번째가 지적(知的)자본 개념이다.기업의 가장 소중한 자산은사람,즉 인간자본이다.종업원을 재교육하고 사내 인재를 우대해 회사의 지적자산을 조직화.제도화하는 일이 경쟁력의 첩경이다.새기계와 사람에 각각 1달러씩 투자했을 때 생산 성은 사람쪽 투자가 기계의 2배라는 펜실베이니아대학의 한 연구결과도 주목을 끈다. 세번째가 종업원간.상호작용 비용'개념이다.미국 제조업계의 경우 물리적 생산과정에 투입되는 인력의 비중은 60년에는 70%였으나 94년에는 38%로 격감했다.사무및 판매요원,전문.기술인력,관리직의 비중은 갈수록 높아진다.
70년 이후 경영기법들은 하나같이 생산과정의 효율화에 주안점을 두어왔다.그 결과 이 분야 투입인력은 크게 줄어들고 효율도높아졌다.그러나 이보다 덩치가 더 큰 나머지 업무분야는 비효율지대로 남아있다.서비스분야에서 모든 노동비용의 60%는 사람들간의 상호작용에 따른 비용이며 광업이나 중공업의 경우도 이미 40%에 달한다.세계적 경영자문회사 매킨지는 과감한 정보화투자로 이 비용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며 기업고객들에 손짓하고있다. 마이클 포터는 얼마전 한국의 기업그룹들이 현재와 같은 백화점식 경영체제로 대외경쟁력을 살려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단언했다..한국 실정을 얼마나 안다고…'하는 우리측 핀잔에“내말은 근원적으로 옳다.앞으로 5년안에 현실로 입증될 것”이라고자신을 보였다..한계기업은 과감히 정리'.선택과 집중만이 살 길'.1등 못하면 해외로…'등 우리기업들의.비장'한 새해 새출발을 지켜보는 심정은 자못 착잡하다.
(경제담당국장) 변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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