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산업 심장부 실리콘밸리 화려한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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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 89년이래 한때 방 두칸을 마련할 수 있었다.
집 임대 뿐이 아니다.이지역 유명 호텔의 방을 잡는다는 것은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객실은 항상 꽉 차있다.
우리식으로 여관이라 할 수 있는 인(Inn)도 객실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이때문에 숙박료도 뛰어 하루 1백달러이상을 줘야 묶을 수 있다.
이쯤이면 실리콘밸리의 경기를 짐작할 수 있다.지난 89년이래한때 침체의 늪에 빠졌던 세계 정보통신산업의 심장부 실리콘밸리가 폭발적으로 다시 뛰고 있다.
이곳은 더이상 첨단기술 개발에만 매달리는 연구단지에 그치지 않는다.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경기를 이끌고 세계 정보통신산업의앞날을 제시하는.가이딩 라이트(등대)'가 실리콘밸리다.
지난해 3분기(7~9월) 실리콘밸리에 유입된 창업투자자본은 총 4억5천9백만달러.
이는 미국내에 투자된 총 벤처자본 20억달러의 23%에 이르는 수준이다.
2분기(4~6월)는 투자금액이 훨씬 많았다.총 28억달러의 창업투자자본이 미국 전역에 투자된 가운데 실리콘밸리 지역에만 27.4%인 7억6천1백만달러가 유입됐다.
조사기관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사는“벤처자금의 유입이 95년부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업종에 돈이 투자됐을까.3분기의 경우 전통적으로.달러박스'로 여겨져온 소프트웨어 개발에 38.3%가 투자돼 가장 높았지만 2위는 반도체가 아니라 의외로 인터넷이었다.비율은 34.9%. 이같은 추세는 지난해부터 계속 이어져왔다.인터넷 관련사업을 위해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실리콘밸리에 투자된 돈은 3억7천2백만달러.
이는 95년 1년간 이 분야에 투자된 돈보다 훨씬 많은 액수로 인터넷사업이 실리콘밸리의 호경기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사업은 최근들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하드웨어의 보급보다는 콘텐트(내용.정보) 공급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신데렐라'넷스케이프사의 인터내셔널 프로덕트 매니저인 프랭크 옌은 이를“인터넷의 제3의 물결”이라고 표현했다.
95년 인터넷 보급의 폭발적 확대.96년 인트라넷 시장의 팽창을 거쳐 97년부터는.콘텐트'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는예상이다.
이에 따라 넷스케이프는 내년부터 우선 기업시장을 타깃으로 삼아 정보수집과 활용을 쉽게 할 수 있는.커뮤니케이터'라는 소프트웨어를 보급할 계획이다.인터넷 접속은 물론이고 원격회의.스케줄관리.문서작성등 그룹웨어의 성격을 띤 넷스케이프 의 야심작이다. 야후와 인포시크.아키텍스트등도 정보를 가공,인터넷을 정복하겠다는 야심으로 실리콘밸리에 터를 닦고 있다.이들 업체는 아이디어 하나로 미지의 땅 인터넷 콘텐트사업을 개척하느라 사무실의 불이 꺼질줄 모른다.
하지만 이처럼 인터넷산업이 콘텐트 제공 중심으로 변해가면서 실리콘밸리는 혼돈에 빠져 있다.어떻게 해야 황금을 찾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실리콘밸리뉴스'를 발행하는 튜링리서치의 김웅배(金雄培)사장은“인터넷으로 명성을 쌓은 콘텐트 제 공업체들은 아직까지는 실속이 없다”고 말했다.
마운틴뷰에 있는 야후를 포함,인포시크.라이코스.익사이트등 콘텐트업체.빅4'의 지난해 3분기 수입은 1천6백20만달러인 반면 비용은 1천6백40만달러가 들어 아직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태다.
사람들은“이쯤 황금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막상 그곳을 파서 황금을 찾은 사람은 아직 없다.
실리콘밸리 업체들과 숙명의 라이벌관계인 마이크로소프트조차 앞으로 콘텐트사업 강화를 위해 연간 4억달러씩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노다지'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긴 마찬가지다.
과연 누가,어떤 방법으로 금맥을 발견할 것인가.인터넷사업의 주도권이 눈에 보이는 장비제공에서 눈에 띄지 않는 정보제공으로넘어간 실리콘밸리에서 최대 관심사는 누가 먼저“심봤다”를 외치느냐는 것이다.
[실리콘밸리=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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