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직업 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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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할리우드의 영화제작에 모핑(morphing)이란 새로운 기술이 도입된 것은 90년대초였다.연기자의 동작.음성.표현 등을 분리해 디지털화하고 이를 저장한 다음 완전히 새로운 조합으로 재편,배우의 역할과 연기를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 는 기술이다.앞으로 이 기술이 보편화되면 컴퓨터은행에 저장돼 있는 동작이나 표현만으로 만든.합성연예인'이 배우의 역할을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예를 들면 영화.스타 트렉'의 78개 에피소드에서 스포크박사와 커크선장의 수천개에 달 하는 동작.음성.표현을뽑아낸 다음 컴퓨터를 이용해 전혀 새로운 에피소드의 영화를 만드는게 가능하다는 얘기다.
험프리 보가트나 케리 그란트 같은 옛날 배우들이 요즘 새로운TV광고에 나오는 것도 그 원리다.아직 주.조연급에까지 이르고있지는 않지만 영화에서 엑스트라를 동원하는 문제는 이 기술로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베이브'라는 영화에 서는 디지털작업에 의해 1천여명의 엑스트라를.만들어'냄으로써 수백만달러의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그래서.엑스트라'는 얼마 후면직업의 목록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고,무엇보다.문화산업'의개념부터 달라져야 할 판이다.
문화산업은 약과다.거의 모든 제조업분야는 하루가 다르게 자동화로 치달아 전세계적으로 일자리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컴퓨터등 과학의 괄목할만한 발전은 끊임없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그로 인해 없어지는 일자리가 훨씬 많 기 때문이다.
.미래의 세계는 손보다 머리를 쓰는 사람들의 세상이 될 것'이라는 경구(警句)도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정보와 지식'에 등한해선 버텨내기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네 학교교육은 특정한 관련학과가 아니라면 정보와 지식의 체득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그 까닭에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수십만명의 대졸 고급인력들은 사회의 엑스트라인 셈이다.전문대및 4년제대학 졸업자들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얻으려 직업훈련원에 몰리는 요즘의 추세는 그래서 당연하다.학교에서는 접근해보지 못한 분야일테니.하향재교육'이라 할 수는 없다.비록.전공'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학교가 그 역할의일부를 떠맡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 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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