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인사들 왜 잇따라 일본 방문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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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 고위인사의 방일(訪日)이 이어질 전망이다.
북한 대외경제협력추진 위원장 김정우(金正宇)일행이 오는 27일부터 사흘간 도쿄(東京)를 방문하며 이어 2월 초에는 조선노동당 비서 황장엽(黃長燁)일행이 일본을 찾는다.
이들의 방일 목적은 표면적으로 국제 세미나 참석을 위해서다.
그러나 북.일 관계 개선과 대북 쌀지원 문제가 집중 논의되리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황장엽은 주체사상에 관한한 북한내 제1의 이론가로 꼽히는 실세(實勢).게다가 황장엽은 빠르면 3월중 미 시튼홀 대학과 카터센터가 공동주최하는 미국의 세미나 참석도 예정돼 있다.
따라서 황장엽의 방일은 지난 87년 당중앙위비서 김용순(金容淳)의 방일이래 북한 최고위층 방문이 되는 셈이다.또 방미(訪美) 북한인사로는 최고위급 간부다.
결국 이들의 움직임은 미.일 양국과의 관계개선에 보다 발빠르게 움직이겠다는 북한의 의지로 풀이된다.벳푸(別府)에서의 한.
일 정상회담 직후가 되는 김정우의 방일 시점은 특히 장소는 미정이지만 4자회담을 위한 남북한및 미국이 참가하는 3자 설명회가 열리는 즈음(29일)이기도 해 이래저래 관심을 모을 만하다. 현재 북.일관계의 초점은 대북 쌀 지원문제와 수교교섭.일본은 95년 북한에 쌀 50만t을 지원한데 이어 지난해 6월에는국제기구의 대북 2차지원때 6백만달러(약50억원)상당을 지원한바 있다.북.일 수교교섭도 92년11월 8차협상이 결렬된뒤 벳쇼 고로(別所浩郎)일본 외무성 동북아과장과 이철진(李哲眞)북한외교부 일본과장간의 실무접촉만이 간헐적으로 계속돼 왔다.
그러나 최근 잠수함사건이 해결됨에 따라 두가지 현안은 조만간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략 4백만 수준의 잉여미를 비축하고 있는 일본정부로서는 어차피 대북 쌀지원을 할것이라면 빨리 하는게 낫다.당 연간 1만2천엔(약9만원)의 보관료등도 아낄수 있는 터다.
식량지원과 함께 수교교섭 문제도 본격화한다.북한으로서는 일본과의 국교정상화에 따른 막대한 배상금 수입을 잔뜩 기대하고 있다.일본 또한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전후 청산의 마지막 과제로삼고 있다.북.미관계의 가속화를 지켜만 보고있지 않겠다는게 일본의 속셈이다.
몇가지 현안은 남아있지만 잠수함으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풀려가는 마당에 대화와 접촉은 활성화돼야 한다는게 일본 조야의 일치된 목소리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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