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지구촌쟁점>3.일본의 정치 대국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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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패전후 반세기에 걸친 일본의 국제적 위상은 미국을 떼어놓고는생각할 수 없었다.그러나 최근 들어서는.정치대국 일본' 나아가.미국없는 일본'을 염두에 두고 한걸음씩 전진하는 모습이 눈에두드러진다.
미국의 우산속을 벗어나 90년대 냉전붕괴 이후의 일본은 최소한 미국의 역내대리인,나아가 미국없는 아시아의 맹주지위를 넘볼정도까지 올라섰다.특히 지난해의 양안(兩岸)사태나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분쟁.한반도 불안정.페 루대사관 인질사건등은 일본조야의 위기감을 부추겨 국내체제를 정비하고 국제무대에서 정치.군사적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세를 이루게 만들었다.굳이.보통국가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몸(국력)에 맞는 옷을 입자'는 주장은 이미 폭넓은 공감대를 확보하고 있다. 일본이 중점을 두는 올해의 과제는▶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한반도 정세안정 협력▶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유엔평화유지활동(PKO)등 국제분쟁 해결사역 확대▶국내 위기관리체제 정비▶오키나와(沖繩)기지축소.이전 마무리등으로 요약된다.
이중 지난해 4월 미.일안보공동선언의 후속조치로 올해 11월완성될 새 방위협력지침은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가 폭넓게 개입하는 길을 터줄 것이 확실해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 정책에서는 철저히 미국과의 협력을 기조로 하되 한편으로 북한의 조기붕괴 가능성에 대비해 북.일수교교섭 재개를 서두른다는 입장이다.“향후 10년간 한반도에서는 한.미.일 안보정책협조,북.미합의,미.일안보협력을 세 기둥 삼아 경수로건설 작업이 진행될 것”(다케사다 히데시 방위연구소 연구실장),“한국은 한.미.일 3국의 협조체제에 이상이 있다는 의구심을 미국.
일본이 갖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외무성간부)등 정부관계자들의 지적은 이를 반영한다.
연내 성사는 어려워 보이지만 유엔 상임이사국 가입이야말로.국제사회에서의 역할확대'를 외치는 일본의 숙원사업에 속한다.지난해 12월18일 아난 신임 유엔사무총장이 기자회견에서“일본과 독일을 상임이사국으로 선임하자는 의견이 많다”고 말한데 고무된분위기도 있다.
지난해 10월 총선으로 3년3개월만에 단독정권으로 복귀하는데성공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의 자민당정권은 이같은 목표를 추진하는 든든한 배경세력이다.총리 본인도 지난해말 위기관리법안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달말에는 공산당을 제외한여야정당의 초당파적.방위간담회'가 첫 모임을 열 계획이고 20일에는 일본판 DIA(미국방정보국)라 할 대규모 정보본부가 방위청내에 탄생한다.그러나 일본이 국제정치.군사무대에서 본격적으로 자리잡는데는 난관도 많다.주변 국의 반발과 경계에다 국내법.제도면의 장애물도 한두가지가 아니다.이때문에 개헌론이 끊이지않고 있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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