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중요성 이제야 깨우쳐 러시아 교과서 제작에 참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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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우리 러시아 교사들끼리 결론을 냈어요. 쿠릴열도는 러시아 땅이고,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제1회 러시아 교육자 한국학 워크숍에 참가한 엘랴 김(64·여·사진)씨의 말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은 러시아에서 역사·지리를 가르치는 현직 교사·교수 25명을 초청해 지난 3일부터 16일까지 한국의 역사·문화 등에 대해 강연하고 현장을 돌아보는 워크숍을 했다.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가 교육 프로그램을 맡았다.

엘랴 김씨는 모스크바 지역 교사들의 연수기관인 국립 MIOO(The Moscow Institute of Open Education)에서 지리연구분과를 맡고 있다. 고려인 3세인 그는 이번에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그는 “모스크바 지역에서 중1 과정에 해당하는 지리 교과서에는 ‘일본과 한반도’라는 주제로 극동 지역을 다루는데 일본에 관한 내용이 더 많다. 이번 워크숍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분량을 늘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리 교과서 편찬자이기도 하다.

구한말 시기 한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은 매우 컸다. 하지만 현재 러시아 학생들의 지리·역사 교육에 있어 한국의 비중은 상당히 적은 편이라고 한다. 한국 관련 서술도 2차 대전 이후로 집중되기 때문에 아시아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역사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독도 문제에 대한 특강도 있었다. 엘랴 김씨는 “예전에는 조그만 섬 하나를 놓고 양국이 왜 그렇게 싸움을 벌이나 싶었는데, 이번 연수에서 독도를 둘러싼 일본 제국주의의 역사와 독도의 경제적 가치 등에 대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인적·문화적 교류 중에서도 미래 세대를 가르치는 교육자 사이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수에 참가한 교사들은 귀국 뒤 한국에 관한 연구와 교재 편찬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MIOO의 홈페이지에 한국 연수와 관련한 보고서가 게재된다고 한다. 이 기관이 운영하는 이러닝 프로그램엔 러시아 전역에서 6만 명 정도의 교사가 참가한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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