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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중, 이제는 경쟁력 제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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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2006년부터 이어진 서울국제중 설립 논란이 일단락돼 마침내 내년 3월 문을 열게 됐다. 국제중 지정 동의안이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에 서울시교육위원회를 통과하는 등 막판까지 큰 진통을 겪었다. 일부 단체가 곧바로 국제중 반대 헌법소원을 제기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199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부산국제중을 개교했을 때나, 2006년 경기도에 청심국제중을 설립했을 때도 지금처럼 논란과 갈등은 심하지 않았다. 교육가치의 중심축을 평등성에 두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보다 교육의 경쟁력과 수월성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서울국제중 설립 추진 과정에서 논란과 갈등이 훨씬 심했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부산·청심 국제중 설립 당시 집권당이던 민주당이 서울국제중 설립에 반대하는 입장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서울의 368개 중학교 가운데 2곳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상의 특성화 중학교로 지정, 국제중을 설립하겠다는 것만으로 지난 2년여 동안 우리는 첨예한 교육 갈등의 쓴맛을 충분히 본 셈이다. 교육에 대한 찬반 논리의 홍수 속에서 학부모들의 교육 걱정은 늘어만 가고, 그들의 교육 걱정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수도 서울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우리 사회를 교육 갈등의 늪 속으로 깊이 빠지게 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교육에 있어 찬성과 반대는 참으로 무의미해 보인다. 어린 학생들에게 사회 문제에 대해 ‘이 논리나 주장은 절대적으로 옳고, 저 논리나 주장은 반드시 틀리다’라고 가르칠 교사는 없다. 적어도 학교에서는 국제중과 같이 찬반 양론이 깊이 게재한 문제들은 학생의 문제인식과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 과정 중심의 교육으로 나아간다.

즉 국제중 문제에 내재하는 교육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다원주의적 성격을 파악하게 하는 것이 학습자의 발달을 추구하는 교육의 정도(正道)다. ‘내 생각이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의 생각도 중요하다’는 상대주의적 관점을 견지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그동안의 교육정책에 대한 어른들의 이분법적 접근이 갖는 교육 갈등의 해소에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

이제 내년 3월이면 우리나라 수도 서울에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나갈 국제중 두 곳이 생긴다. 마냥 감격할 필요도 없지만, 그 의미를 애써 외면해서도 안 된다. 정부의 규제와 감독을 벗어나 다양하고 창의적인 특성화 교육 프로그램이 제대로 가동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크게 눈을 뜨고 서울국제중의 운영이 우리 교육 발전에 어떠한 득과 실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국제중 설립 반대론자들은 국제중이 부모의 경제적 능력 등으로 특혜를 입은 학생만 입학할 수 있기에 헌법이 보장한 교육의 기회균등 원칙을 침해하고, 추진 과정에서 연구·검토와 여론수렴을 거치지 않은 절차의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 초중등교육법에 국제중의 존재 근거가 명시돼 있지 않아 설립에 법적 결함이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헌법소원도 냈다.

이 같은 주장은 헌법재판소에서 알아서 판단할 사안이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설립된 공립 부산국제중과 사립 경기도 청심국제중이 각각 10년과 2년이 지났음을 충분히 감안해 접근해야 한다.

더 이상 우리 교육이 국제중을 둘러싼 갑론을박에 머물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제 국제중 설립을 둘러싼 그간의 소모적 논란과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학교 다양화와 공교육 만족도 제고를 통해 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길에 힘을 모아야 한다. 그것만이 국민의 교육 걱정을 덜어주는 최소한의 선택이다.

교육당국도 국제중 설립과 운영상에 나타날 수 있는 교육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로또식 추첨이라고 비판받는 학생 선발방식 개선 등에 대한 노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