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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굿 풍물반의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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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문화에 젖은 요즘, 아이들은 우리전통 문화가 재미없고 촌스럽다고 생각한다. 천만의 말씀! 부천 여월초등학교 풍물반 어린이들의 멋진 공연을 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여월초등학교 풍물반 학생들은 지난 10월 전국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대회준비에 한창이다. 평범한 사물놀이가 아니라 태평소와 소고잡이는 물론 상모와 무동까지 갖춘 판굿이다. 어른들도 어렵다는 판굿을 어린이들이 한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실력 또한 대단해 다시 한 번 감탄했다.
“대열 똑바로 맞추고, 꽹과리 좀 더세게!”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곧 진형이 정돈되고 소리가 더 강해졌다. 노련한 상쇠가 흐름을 주도했고 북과 장구소고태평소 소리가 어울려 신명나는 한 판을 완성했다.

어떻게 이런 풍물반을 만들게 됐을까? 윤서영(37)지도교사는 “전통문화 탐구사업을 학교 특색사업으로 하고 있어 평소부터 우리 전통문화 교육을 중시해왔다”고 말했다. 월요일마다 한복을 입는가하면 민족놀이 즐기기, 우리 음식 만들기 등이 교과과정에 포함돼 있어 학생들이 우리 것에 이미 친숙해져 있다는 것. 그는 “특히풍물반은 우리소리에 대한 이해는 물론 협동심까지 배울 수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금의 풍물반이 있기까지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처음 풍물반을 만들 때는 학생들의 관심도 부족했고 방과 후에도 매일 남아서 연습을 시킨다고 반발하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윤 교사는 이런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연습이 끝나면 수학과 한문 보충수업까지 병행했다. 악기를 배우는 것은 물론이고 졸업 즈음에는 한자 급수까지 따자 학부모들의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각종 대회에서 수상을 하고 공연까지 하면서 풍물반이 점차 유명해지자 학생들의 참여도 크게 늘었다. 윤 교사는 “재미있어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힘이 난다”며 웃었다.
 손소현·김보현(12)양은 “태평소는 전통악기 중 유일하게 가락 연주가 가능하다”고 태평소의 매력을 설명했다. 김양은 “처음에는 소리가 안 나서 애를 먹었지만 연습을 많이 해 지금은 잘 불 수 있다”고 자랑했다. 김현(12)양은 “리더 역할을 하는 꽹과리가 멋있어서 꽹과리를 택했다”며 “멋진 상쇠가 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소정(12)양은 대형을 맞춰주고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는 무동역할이판 굿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줬다.
“웃으면서 팔 동작을 계속하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공연 할 때 사람들이 즐거워하면 정말 기분이 좋아요.”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지는 시간까지 연습을 했지만 아이들은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서로를 다독이고 격려했다. 열심히 상모를 돌리던 이지원(12)군은 “내일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얻으려면 친구들과 힘을 합쳐야 한다”며 연습에 몰두했다. 정지원(12)군은“뒤집기를 하다 넘어져서 다쳤지만 연습을 빼먹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예람(12)양도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면서 친구들의 소중함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을 갖게 된 것같다”고 말했다. 강동호(12)군도 한마디 거들었다. “매일 소고를 치고 상모를 돌리면서 뛰다 보니 체력이 좋아졌어요.”윤 교사는 “풍물을 배우는 것은 생활지도나 인성교육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도 무대에 면서 자신감과 성취감을 갖더라고요. 우리 음악뿐만 아니라 우리 것 전반에 대한 사랑도 남다르답니다.”

 1998년에 창단된 부천여월초등학교 풍물반은 현재 5·6학년 두 반을 구성해 담임교사와 초빙강사의 지도아래 매일 1시간 이상 상모악기풍물판굿 등을 연마하고 있다.2001년 전국 청소년 문화 큰잔치 대통령상, 2007년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 농악부문 차상, 2008 웃다리 전국농악 경연대회 초등부 으뜸상을 수상했다. 2003년에는 일본 오카야마, 2004년에는 중국 하얼빈시에서 초청공연을 펼친 바 있다.

프리미엄 송보명 기자
사진_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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