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흥국사옥‘명작 시리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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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당신의 긴 여정’은 곧 인생이다. 삶의 덧없음과 함께 삶의 역동성도 담아내고자 했다.”

네덜란드 공공미술가 프리 일겐(Fre Ilgen·52)의 조형물 ‘당신의 긴 여정(Your Long Journey·사진)’이 서울 신문로 흥국금융가족 사옥 로비에 세워졌다. 개막차 방한한 작가는 “이번 작품이 내 대표작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빌딩의 좁고 긴 로비라는 제한된 공간에 맞춰 긴 작품에 도전하면서 내가 예술적으로 성장했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며 “공중에 매달린 이 작품 아래로, 옆으로 사람들이 오가는 것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채색한 스테인리스 스틸이 용처럼 휘고 뒤엉키는 이 작품은 길이 40m, 폭 7m로 국내 최대의 실내 조형물이다. 칸딘스키의 추상화를 공간에 매달아 놓은 듯한 이 작품에 대해 그는 “▶이 조형물로 인해 그전엔 빈 공간, 혹은 사람에게 너무 큰 공간이었던 이곳이 한층 살아나길 ▶보는 이들이 만물이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성장한다는 도교 사상과 연관 짓기를 ▶거칠고도 다채로운 부분 부분들이 눈으로 인식돼 뇌를 자극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일겐은 “개인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고 개인이 자연 전체에 속해 있다고 설파하는 점이 매혹적”이라며 선불교 사상에 심취해 있다.

2002년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망치질 하는 사람’으로 서울 시내 공공미술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이 건물 로비는 작은 미술관이다. 프리 일겐의 이번 신작 앞에는 강익중의 초대형 벽화 ‘아름다운 강산’, 아래는 바코드 모양 조형물이 있다. 이 밖에 신현중의 ‘우제류를 위하여’ 등 눈에 띄는 조형물이 즐비하다.

글·사진=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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