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제언>가치관 정립이 필요한 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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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다.이렇게 된데는 고임금.고비용.고물가.고금리와 기술부진등으로 인한 국제경쟁력이 약화된 탓도 있겠지만 사회공동체 의식이 허물어진데 더 큰 원인이 있을 것이다.
기업인이 근로자들을 믿지 못하고,근로자가 기업인을 불신해 노사간에 틈이 벌어졌다면 산업활동이 원만히 될리 없다.
노사간 문제만이 아니다.기업과 기업간에도 마찬가지다.물건만 믿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을 믿기도 어렵게 돼가고 있다.
대통령이 비리척결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음에도 뇌물을 받는 것을 서슴지 않는가 하면 일선 공직자가 도둑질을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그뿐인가.자식이 부모를 살해하고,일부 유한부인들이 돈을 벌어즐기기 위해 매춘을 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부모가 자식을 믿을 수 없고 남편이 아내를 믿을 수 없는 사회가 된 것이다.
이러한 사회문제를 물질과 경제논리에 의거해 해결하려 해서는 실패하고 말 것이다.지금까지 우리는 경제발전만 최우선적으로 강조하면서 경제일변도로 달려오다 보니.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인간적인 삶의 지표가 없었다.때문에 사회공동체 의식 이 사라진지이미 오래다.
돈이 최고고 개인의 인격이나 국가의 공익실현 따위는 안중에도없다.일부 지도층이 과소비를 비판하고 노사협조를 외쳐봐도 당사자들은 시큰둥할 뿐이다.
자본주의는 장점도 많지만 반면에 모순도 많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답게 살아야한다는 가치관이 결여되면 이기주의와 정신의 부패로 흐르게 된다.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아무리 경제발전 시책을 강구하고 부정척결을 단행하면서 법을 강화한다고 해도 경제회복이나 사회안정에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없다.
그러므로 경제위기 극복이 시급한 당면과제이긴 하나 이에 앞서근면.성실.정직.청렴.신의등이 지켜지고 예의와 염치를 아는 분위기가 있는 건전한 사회풍토부터 조성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삶과 문화의 질을 높이는 가치관 정립이 가장 절실히 요구된다.
민영제<서울동작구상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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