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산책>그레이도 WRP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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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그레이도 우드 레퍼런스 플래티넘 카트리지 CD가 출현한 것이 82년의 일이니까 디지털 시대가 도래한지 올해로 14년째.
그러나 3년전부터 오디오계에 아날로그(LP)바람이 불고 있다.
기술적 타협으로 출발한 디지털은 처음부터 많은 음향적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디지털의 고향도 결국 아날로그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다다르자 새로운 포맷의 디지털 사운드만이 아날로그의 자연스런 음질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엔지니어들 이 늘어났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외국에선 LP 비닐 디스크가 리바이벌돼나오고 있으며 내년부터 국내에도 일부 매니어들을 겨냥해 본격 수입될 전망이다.
이에 발맞춰 새로운 구조의 고성능 턴테이블과 카트리지가 생산되고 있으며 기존의 카트리지와 턴테이블도 더욱 고급화돼 아날로그 LP사운드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레이도사에서 나온 우드 레퍼런스 플래티넘(WRP)시리즈는 보다 진보된 아날로그 사운드를 추구하는 전위부대다.LP에 수록된 음구를 정확히 추적하기 위해 스타일러스와 발전계의 무게를 최소화시키는 한편 스타일러스의 진동을 왜곡없이 발 전계에 전달하는데 힘을 기울여온 결과다.
결국 발전계의 무게를 MM이나 MC형의 1백분의1로 줄이고 OTL 캔틸레버와 스타일러스를 사용했다.신호전달을 단계적으로 수행해 신호 흐름에서 발생하는 공진(共振)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서였다.
WRP(가격 80만원선)의 캔틸레버는 3개 섹션의 속이 찬 봉과 원형 파이프로 구성돼 있는데 각 파트는 댐핑재로 접합돼 있다.또 캔틸레버 전체에 공진을 흡수하는 특수 댐퍼 코팅재를 칠해 명료하고 디테일이 확실한 사운드를 자연스런 배음으로 마감해준다. 음질은 중음하부가 두툼하고 디테일이 자연스러우며 투명한데 특히 배음과 고역의 질감이 일품이다.목소리의 생기가 강조돼 성악곡과 보컬을 중심으로 한 재즈나 팝송에 뛰어나다.별도의승압 트랜스나 헤드앰프가 필요없고 일반 포노 입력단자에 연결하면 된다.

<오디오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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