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돈 빠져 은행 창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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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시중자금이 은행 예금으로 몰리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유동자금이 투신권의 채권형 펀드에 몰린 덕분에 투신권 수신액도 약간이나마 늘었다. 국내외 악재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경기 전망도 불투명해지면서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1일 현재 예금은행의 총예금(실세요구불 예금+저축성 예금)은 511조653억원으로 4월 말에 비해 1조4537억원 늘었다. 증시가 900선을 넘어 연중최고치까지 올랐던 지난달에는 총예금이 2조5888억원 감소했었다. 은행예금 중 저축성 예금은 이달 들어 11일까지 1조5072억원 늘어났지만 요구불 예금은 535억원 줄었다. 은행권의 금전신탁에도 2290억원이 새로 들어왔다.

지난달 2조4896억원 줄었던 투신권 전체 수신액은 11일 현재 149조8775억원으로 4월 말보다 2221억원이 늘었다. 이달 들어 채권 투자비율이 60% 이상인 채권형 펀드로 4555억원이 몰리고 주식 편입비율이 60% 이상인 주식형 펀드에도 1090억원이 들어왔다. 반면 혼합형 펀드는 같은 기간 3875억원 감소했다.

투신권에서의 자금 이탈 조짐은 아직은 뚜렷하게 감지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은 여전했다. 투신권 전체 수신액 150조 가운데 56조452억원이 언제라도 뺄 수 있는 머니마켓펀드(MMF)에 몰려 있다.

이달 들어 자금 이탈 규모가 가장 많았던 곳은 증권사였다. 개인들의 직접투자자금인 고객예탁금은 11일까지 무려 8299억원이 빠져나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시중 자금이 은행과 채권형 펀드에 몰리고 있는 것은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 따른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투신의 주식형 펀드 잔액이 조금 증가한 것은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저가 매수를 기대하는 자금이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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