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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법원도 진보 힘 세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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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 대통령은 대법원장을 포함한 연방 대법관 9명을 상원의 동의 아래 임명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헌법상 대법관의 임기는 종신으로 규정돼 있다. 본인이 사임하거나 숨지기 전엔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오바마는 내년 1월 20일부터 시작되는 4년의 임기 중 적어도 두 명 이상의 대법관을 임명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고령인 존 폴 스티븐스(88) 대법관과 두 번째 고령자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75·여) 대법관이 이미 “적당한 시점에 은퇴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자택이 위치한 시카고의 켄우드 지역에 콘크리트 방어벽이 설치되는 등 보안이 강화됐다. 당선 이후 이 지역에는 경찰과 비밀경호국 인원이 늘어났다. [시카고=연합뉴스]


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미 연방 대법원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은 존 로버츠(53) 대법원장을 필두로 앤터닌 스캘리아(72) ·클래런스 토머스(60)·새뮤얼 얼리토(58) 등 4명이다. 진보 성향 대법관 역시 스티븐스·긴즈버그·스티븐 브레이어(70)·데이비드 수터(69) 등 4명이다. 남은 1명인 앤서니 케네디(72)는 중도파 대법관으로 분류된다.

진보·중도·보수가 4대1대4로 균형을 이뤄온 것이다. 그 결과 총기 소지나 사형제 존폐 등 진보·보수파가 첨예하게 대립해온 현안들은 중도인 케네디 대법관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상황으로 보면 사의를 표명한 2명의 고령 대법관이 모두 진보 계열이어서 오바마가 진보 성향 후임자를 임명해도 4대1대 4의 균형은 여전히 유지된다.

그러나 관건은 보수파인 스캘리아 대법관이 72세의 고령이어서 사퇴 시점이 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가 오바마 임기 중 물러날 경우 사법부도 진보 세력이 과반을 넘게 된다.

오바마가 새 대법관을 임명할 경우 사법 적극주의를 주장하는 진보 색채의 법관을 택할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대선 기간 중 “법원이 힘 없는 자보다 힘 있는 자 편에, 개인보다 기업·정부 편에 기울어져 우려된다” 며 “법관들이 보통 사람들의 애환에 공감하길 바란다”고 주장해 왔다. 나다니엘 퍼실리 컬럼비아대 법학 교수는 “오바마의 선택은 이념이 아니라 인물·경력 면에서 급진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여성이나 히스패닉, 흑인 등 소수계가 낙점될 여지가 크다”고 내다봤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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