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린 年末 뜻하지않는 임시국회에 속타는 의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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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한국당 박세환(朴世煥.전국구)의원은 요즘 고민이 태산이다.
朴의원은 정기국회가 끝나면 한가할 거라고 생각해 26일과 27일에 주례를 3건이나 잡아놓았다.
그러나 난데없이 연말에 임시국회가 열리고 여야가 일촉즉발로 맞서는 상황이 벌어졌다.의원들에겐“항상 국회안에서 대기하라”는지도부의 지시도 하달됐다.朴의원은“이제와 주례를 바꿀수도 없는데 만일 그날 낮시간에 여야가 충돌하면 오도가도 못하고 정말 큰일”이라고 말했다.정기국회가 끝난뒤 곧바로 임시국회가 열리는건 해방이후 세번째.그나마 14대때 열린 연말 임시국회는 여야합의에 의한 것이었다.그러나 이번 임시국회는 여당 일방소집에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치상황 이다.그러다보니 연말이 완전히 망가져버린 의원들이 한둘 아니다.
국민회의 설훈(薛勳.서울도봉을)의원은 23일 지역구에서 장학금 전달식과 당원 송년의 밤 행사를 할 계획이었다.그러나 오전당지도부로부터“의장실에서 의장을 막으라”는 지시를 받았다.薛의원은 결국 의장실을 슬쩍 빠져나와 장학금 전달식 에만 얼굴을 내비치고 부리나케 되돌아오는.곡예'를 해야했다.
자민련 김범명(金範明.금산-논산)의원은 26일부터 지역구와 국회를 오전.오후에 출퇴근해야 할 참이다.金의원은“연말에 지역구를 모른체 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국회에 나오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자정에 임시국회가 끝나면 지역구에 내려갔다 오전에 다시 올라오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덕분에 정기국회가 끝날 때마다 붐을 이루던 의원들의 출국러시도 완전히 끊겨버렸다.김수한(金守漢)의장부터 19일부터 여야 의원 4명과 함께 일본을 방문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22일부터 열흘간 러시아와 폴란드를 방문,국회 관계자들을 만나기로 한 한.러의원외교협회(회장 鄭在哲의원)도 물건너 갔다.
행정위원회도 김인곤(金仁坤.국민회의)위원장과 여야 간사등 5명은 12일간 중국.러시아.일본등을 방문하고 돌아올 계획이었으나 무산됐다.
연말 임시국회를 소집해놓고 의원들 스스로 뒤틀린 연말 스케줄때문에 애태우고 있는 형국이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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