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면도 98%는 외제-국내업체 외면틈타 내수시장 장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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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남자들이 매일같이 사용하는 전기면도기에 붙어있는 상표는 십중팔구.필립스'나.브라운'등 외국제다.원두커피 붐을 타고 최근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커피메이커도 10개중 8개이상이 외국 제품이다. 가전업체들이 국내외 업체간 경쟁이 치열한 TV와 냉장고등 대형제품에 매달리는 사이 이같은 소형 가전제품 시장을 외국 업체에 송두리째 내주다시피 한 것이다.
특히 전기면도기와 커피메이커.믹서.토스터등은 수입제품이 이미국내시장의 절반 이상을 잠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출고가격과 수입원가를 기준으로 한 외국 가전제품의 국내 시장점유율(수입 침투도)은 95년기준 전기면도기가 98.1(삼성)~98.6%(LG),커피메이커는 82.3(삼성)~86.8%(LG)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전기다리미와 토스터도 수입품이 국산품보다 더 많았다.
LG경제연구원의 오정훈(吳貞勳)연구원은“실제 소비자가격을 기준으로 한 수입품의 시장점유율은 이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며“이들 소형 가전제품은 이미 국산제품의 기반이 무너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수입품 업체들의 매출도 가전3사의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과 달리 크게 늘고 있다.필립스는 지난해 5백억원이던 소형 가전부문 매출이 올해 6백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93년부터 국내 영업에 나선 브라운은 지난해 1백20억원에서 올해는 2백억원으로 매출액이 껑충 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입 소형 가전제품의 종류도 전기다리미와 헤어드라이어.전동칫솔등으로 다양화됐고,국내시장에 들어온 브랜드도 필립스와 브라운에 이어 물리넥스(프랑스)와 로벤타(독일)등으로 늘어났다.최근에는 두산.코오롱.효성물산.동양매직등의 대기업들도 수입 소형 가전제품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가전3사 중에는 대우전자가 필립스의 소형 가전제품을 판매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TV와 냉장고등 5대 가전제품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과 달리 소형 가전제품 시장은 연간 20%이상 늘어나는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브라운제품을 수입판매하는 서통의 전만식(全晩植)과장은“이미 사용중인 제품의 디자인과 성능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이 대체구입하는 경우가 많아 시장 전망이 밝다”고 내다봤다.

<유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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