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75.이화여대-출제경향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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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97학년도 이화여대 입시에서는 논술시험의 논리력이 합격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측은 논술시험을 통해 수험생들의 분석적 이해력과 비판적.
창조적 논증력,그것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문장력을 평가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그렇다고 커다란 주제를 던져놓고 대책이나 쓰라는 방식이 아닌매우 엄격한 논리적 사고를 요구하는 논제가 출제될 전망이다.
올해 두차례 실시한 모의고사의 논제를 살펴보면 요구하는바가 모호하거나 추상적이지 않다.
논제 자체를 매우 논리적이고 정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문제의 요구를 엄격하게 함으로써 변별력과 채점의 객관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따라서 논제의 요구가 매우 정확한 만큼 두루뭉실한 글로는 결코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
학교 관계자는“오랫동안 논술시험 준비를 치밀하게 준비해왔다”며“그 결과를 바탕으로 이번 입시에서는 논제의 유형을 매우.정형화'해 출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모의고사 논제 유형을 치밀하게 분석해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입시 논제는.과학과 미신의 관계'를 물은 자연계의 논제를 제외하고 대체로 문학적인 이해력을 측정하는 논제가 출제되었다. 사마천의.사기(史記)'에 나오는 천도를 통해.개인의 도덕과 사회정의 사이의 갈등'을 이해하도록 요구한 논제와 문화상대론을 염두에 두고.언어의 번역불가능성'을 논한 문학평론을 이해하도록 요구한 논제가 나왔다.
이같은 논제로는 논술의 가장 핵심적 요소라 할 수 있는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정당화하는 능력을 측정하는데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97학년도 논술시험은 이해력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것처럼 비판적.창조적 논증력을 평가하게 된다.
우선 비교.요약형으로 출제되는 공통논제는 공통적인 주제를 다루되 상반되는 입장의 글 두종류를 제시하고 양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요약하라는 식으로 출제된다.
여성의 모성을.새로운 문명의 가능성'으로 보는 관점과.억압과고통의 수반'으로 보는 관점을 비교토록 한 1차 모의고사와 개방화시대에.민족적 자아 존재 여부'를 둘러싼 대립적인 견해를 비교토록 한 2차 모의고사가 바로 이런 형식의 논제다.
이 논제에서는 다양한 답안이 나올 수는 없다.
두 글의 쟁점.주장.근거를 얼마나 정확하게 분석.파악했는가가평가의 핵심이다.
그렇다고 이런 분석의 결과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좋은 점수를받을 수 없다.양자를 분석.비교하되 그 결과를 하나의 완성된 글로 종합해낼 수 있어야 한다.
인문계 논제로는 주로 비판적 논증을 측정하는 논제가 출제될 전망이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화를 이룰 것이기 때문에 도덕이나 윤리가 필요없다는 주장을 비판하라는 1차 모의고사와 폭력주의를 비판하라는 2차 모의고사 논제도 이런 형식으로 출제됐다.
가장 고난도 논제는 창의적 논증을 요구하는 자연계 논제로,쟁점에 대한 수험생의 견해를 제시한 자료를 바탕으로 개진하라는 방식이다.
지문은 대단히 포괄적이지만 활용해야할 지식을 자료로 명확히 제시하고 있어 자의적 답이 나올 수 없도록 출제된다.
두번의 모의고사에서 제시된 지식은 혼돈이론,열역학 법칙,자연도태설등 대부분이 현대 자연과학 이론들이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자연과학분야의 서적을 다양하게 접해 자연과학 이론에 대한 기본내용을 숙지해둘 필요가 있다.
제시문의 의도를 이해했다 하더라도 이들의 내용을 소화하지 못하면 그 자료를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입시를 비롯,그동안의 예로 미뤄.톡톡 튀는'지문이 제시돼 부담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가 출제된다고 보면 무난할 것이다. 단,지문에 대한 논리적 분석능력과 이에 대한 비판적 논증력,주어진 쟁점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하는창조적 논증능력이 관건이다.
결국 남은 기간중 논리적인 글의 쟁점.주장.근거를 분석해내는훈련이 필요하다 하겠다.

<김창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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