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인질극 해결 세가지 시나리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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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페루 좌익게릴라들의 인질극은 별반 해결의 돌파구를 찾지못한채이미 사흘째로 접어듦으로써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해당사국들간에도 의견차가 커서 미국은 테러진압부대의 지원파견등을 제안하며 강경대처를 촉구하는 반면 일본은 인질들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시,리마로 파견된 이케다 일본외상이 이같은 일본의 입장을 후지모리 페루대통령에게 강력히 전달했다 .그러나 페루정부는 게릴라동료들의 석방요구는 일절 들어줄 수 없다고 각의에서 의결,합일점을 쉽게 찾지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인질사건은 이런 상황등을 감안해 볼때 사태진전에따라 ▶페루 정부가 투팍 아마루 혁명운동(MRTA)의 요구조건을 모두 수용하는 경우와▶시간을 끌면서 벌이는 조건투쟁이 되거나 아니면▶무력을 사용한 강제해산등 세가지 시나 리오를 그려볼수 있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후지모리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케이스다.
후지모리 대통령은 92년6월 MRTA 최고간부들이 체포된후“나머지 조직원들이 학교를 점거,어린이들을 인질로 간부석방을 요구할 것”이라는 풍문이 돌자“내 아이들이 인질이 되 더라도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유사한 사건으로 75년8월 일본 적군파가 말레이시아의 미대사관을 습격해 미국영사등 50여명을 인질로 잡고 동료석방을 요구한 경우가 있다.당시 일본은 이들의 요구에 굴복해 수감중인 적군파 5명을 석방했다.그러나 불과 2년후 이들에 의한 일본항공기 납치사건이 벌어져 결과적으로 테러의 악순환을 방조한 셈이 됐다. 두번째는 상호 한발짝씩 물러나 범인들의 식량.의약품 요구에 응하면서 인질들을 몇단계에 걸쳐 석방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범인 들도 수백명을 장기간 붙잡아 두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문제는 서로 양보할 수 있는.한계점'을 과연 원만 히 찾을 수 있는가 하는 점.
지난 80년2월 콜롬비아에서 일어난 도미니카대사관 점거사건이전형적인 예에 속한다.당시 좌익게릴라.M19'는 미국.브라질대사등 60여명을 인질로 잡고 쿠바의 중재로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협상을 벌인 끝에 몸값 1백만달러와 자신들의 안전도피를 보장받고 사건발생 61일만에 쿠바로 망명했다.
세번째 실력행사로 냉전이후 서방국가들은 테러 재발을 막는 차원에서 원천봉쇄,즉 강경진압책을 선호하는 경향이다.그러나 위험부담이 너무 크며 사건의 당사국인 일본도 무력진압은 피하자는 입장이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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