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창당후 가장 강도 높게 對與규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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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예기치 못한 집단 탈당사태로 큰 충격을 받아 침체상태에 빠졌던 자민련의 분위기는 시간이 흐르면서 격렬한 반발로 변해가고 있다. 20일 오전의 긴급간부회의와 청년위원회 창립대회,오후의당무회의에서는.정권퇴진'.전면적인 투쟁'등의 용어가 공공연히 동원되는등 창당이래 가장 강도높은 대여(對與)규탄발언이 잇따랐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추가탈당의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면서.당이 와해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는등 탈당파문은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김종필(金鍾泌)총재는 이날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청년위원회 창립대회에 참석,5백여명의 청년당원들을 상대로 유례없이 격앙된 톤으로 여권을 비판했다.
金총재는“이 정권이 극악무도하게 막가는 길을 걷고 있다.야당을 파괴하고 말살하려는 그들의 음모와 책동이 노골화되고 있다”고 포문을 연뒤“그들은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파괴공작을 계속할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이 정권에 대해 전면적인 투쟁을 벌여야 한다”며“죽음을 각오하고 싸울때 우리는 살 수 있다.권력에 기생하려는 더러운 배신과 배반을 규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높였다. 金총재는 또 야권후보단일화에 대해서도“분열과 할거는 패망이며 단합과 협력은 성공”“내년 대통령선거에서 이겨야하며 또 이기기 위해서는 야권은 힘을 합쳐야 한다”는등 단정적인 어법을 사용해가며 확고한 소신을 밝혔다.행사가 끝날 무렵 청년당원 한사람이 단상에 올라와 청와대까지 항의 시위행진을 할 것을긴급발의하기도 했다.
행사가 끝난뒤 청년위원장인 구천서(具天書.청주상당)의원과 이재선(李在善.대전서을).김칠환(金七煥.대전동갑).이양희(李良熙.대전동을)의원등은 청년당원 2백여명과 함께 버스 3대에 나눠타고 춘천으로 떠났다.이들은 강원도청으로 몰려가 최각규(崔珏圭)지사의 탈당경위설명을 요구하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에앞서 자민련은 이날 오전 金총재주재로 긴급간부회의를 열고집단탈당사태를“정부.여당에 의한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자민련 파괴공작의 일환”으로 규정하고 원내.외에서 강력하고 선명한 대여투쟁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안기부법 개정문제를 포함한 당의 원내전략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혀“반대하지 않는다”는 기존당론의 변경여부가 주목된다. 이와함께 곧 당기위원회를 소집해 崔지사를 포함한 탈당자 4명 전원에 대해 징계조치를 내리기로 하는등 사태의 파문을조기 진화하기 위해 신속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김용환(金龍煥)사무총장은 회의에서“더이상 현정부에 연연하지 않고 국가의 입장에 서서 야권공조를 확고히 해 부도덕한 정권퇴진투쟁을 선명히 전개해 나가자”는 사무처 국.실장단의 건의사항을 보고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신한국당의 다음 목표는 경기도 공략일 것”이라며“金총재의 양날개중 하나인 崔지사가 탈당할 정도로 여권의공세가 집요해 당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탈당 도미노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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