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사태 관련 페루정부 반군요구 거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리마=김동균 특파원]페루 좌익게릴라들이 리마 일본대사관에서사흘째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가운데 20일 페루 정부가 반군들의요구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혀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관계기사 8면> 페루정부는 이날 아침 열린 각료회의에서 좌익게릴라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라디오 프로그라마방송이 보도,인질사건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있다. 이와 관련해 이날 가지야마 세이로쿠(梶山靜六)일본관방장관은“일본과 페루는 인질극의 해결방법을 놓고 심각한 의견차이를보이고 있으며 견해차를 좁히지 않을 경우 어떠한 주요 진전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일본과 페루가 인질사건의 해결방안에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은 19일 빌 클린턴 미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페루당국의 주 목표는 인질들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인질 들의 신변안전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앞서 페루정부와.투팍 아마루 혁명운동(MRTA)'게릴라들은 18일 3시간에 걸친 간접 1차협상을 가진데 이어 19일 2차협상을 벌였으나 별다른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후지모리 대통령은 인질석방 조건으로수감중인 MRTA 조직원 40명을 풀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현지에서 발행되는 일간 라 레푸불리카지는 19일 보도했다.한편 반군들은 19일 오후6시쯤(한국시간 20일 오전8시)인질중 건강이 나쁜 일본인 3명과 페루인 1명등 4명을 추가 석방했다.
또 이날 오후5시쯤 일본 대사관저에서 두발의 총성이 울려 인질들의 안전에 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으나 이는 게릴라들과접촉하려는 기자들에게 경고하기 위한 신호로 보인다고 페루 TV는 보도했다.
한편 한국 정부가 인질사태 해결을 위해 현지로 급파한 조기성(曺基成)주 아르헨티나 대사는 19일부터 현지 대책반 지휘에 들어갔으며 이케다 유키히코(池田行彦)일본외상은 20일 리마에서후지모리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인질들의 안전을 가장 중시하면서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