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교육 피해 특별法 없인 보상 不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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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법원이 19일 삼청교육 피해자가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피해자들의 반발등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가 이미 삼청교육대 설치의 불법성을 인정했기 때문에 금전배상을 통한 원만한 문제해결이 기대됐으나 시효문제가 암초로 등장한 것이다.
이번 사건의 유일한 쟁점은 손해배상을 언제까지 청구할 수 있느냐에 대한 시효문제.
대법원은 그동안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넘겨 2년여동안 끌면서 시효에 대한 합의를 시도했으나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팽팽히맞서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효가 완성돼 소송을 낼 수 있는 권리가 상실됐다”는 다수의견과“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88년 특별담화문 형식으로 보상방침을 밝힌 것은 국가배상 채무를 승인하는 것은 물론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소수의견이 맞서왔다.더구나 소송 당사자는 물론 현재 소송 계류중인 5백여명의 피해자들이 일부러 소송시효를 어긴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특별담화문을 참고 기다리다 뒤늦게 소송을 냈기 때문에대법원의 고민이 더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다수의견으로 시효가 끝났음을 선언했으나 소멸시효의 기산점(起算點)에 대해서는 명백히 밝히지 않았다.다만 판결취지를 유추해 보면 이번 사건 당사자인 변택희(邊澤熙)씨가 삼청교육대에서 풀려난 80년 10월로 보고 있는 듯하다.
이번 확정 판결로 현재 소송을 제기중인 삼청교육대 피해자 5백여명이 법적으로 피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사라졌다.
이에 따라 88년 12월부터 89년 1월20일까지 피해신고를한 삼청교육중 사망자 50명과 후유중으로 숨진 3백97명의 유족및 부상자 2천7백68명등 3천2백15명(소송 제기한 5백여명 포함)의 피해보상은 정치권의 몫으로 돌아가 관련 특별법 제정요구 움직임이 다시 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법원의 이같은 판결에 대해 신군부가 저지른 5공 최대의 인권탄압 사건에 대한 법적 청산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도외시한채 소멸시효라는 형식논리에 얽매인 판결을 내렸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송두환(宋斗煥)변호사는“대통령과 국방장관이 일 상적 담화문에 추상적 선언을 담은게 아니라 특정 사안을 지칭해 보상발표 한 만큼 사법적으로도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 채무를 승인하거나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는게 훨씬 민법의 대원칙에 충실하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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