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전문가칼럼>빗나간 SW육성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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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한국의 소프트웨어 업계는 때이른 성탄절을 만난 것같다.정보통신부가 얼마전 발표한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책이야말로 산타클로스가아니면 내놓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모처럼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이를 장려하는 방책을 내놓은 것 자체는 좋지만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정부 자신이 해야할 일은 도외시하고 자유경제의 원칙을 허무는 결과를 유도할 것으로 보여지는 것은 우려할만한 일이다.
우선 선진국의 강점을 피해 틈새시장은 노린다는 전략과 이를 위해 몇가지 분야를 골라 놓는 일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선진국을 피하다 보면 중요한 것은 모두 피해 도망 다녀야 할것이기 때문에 방향도 잘못된 것이다.
정작 실제로 선정된 분야를 보면 선진국이 강한 것들만 골라놓은 것같아 슬로건과 세부사항이 맞지도 않는 인상을 준다.
선별된 분야에 지원금을 살포하는 것도 기업이 진정한 수요(需要)를 찾기보다 정부의 정책만 주시하는 해바라기 풍토를 조성할것이다. 업체의 신용도를 높이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육성한답시고자본시장의 보호를 팽개치는 것은 소 잡아서 개 먹이는 격이 아닌가. 이처럼 기업이 할 판단을 가로채어 일을 그르치는 것보다정부는 정부가 해야할 일이 따로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보산업이 인터넷으로 외국의 오락물이나 열람하고 PC통신으로채팅을 하는데 머무르는 것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전자통신망을 국민의 일상(日常)과 기업활동에 필요한 기본자료를 보급하는 경제의 실수(實數)로 자리잡도록 만드는 것은 정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업계가 정부의 용역을 받아 수익을 올리게 되면 기업들이 살게되는 결과는 마찬가지다.국민들이 전자통신망을 쓸 필요성만 만들어 주면 육성책의 나머지는.보이지 않는 손'이 알아서 하게 된다. 미국과 같이 기업이 경제를 주도하는 나라에서도 오래전에 국가의 각 부서와 공공기관이 엄청난 정보를 쌓아 놓은 것이 정보혁명의 기폭제가 됐다는 사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외국의 예를 보지 않더라도 나라의 글을 만든 다음 발간사업에 주력한 세종대왕을 생각하면 자명한 일이다.
김찬웅 재미 뉴미디어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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