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보상운동 되새길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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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보령제약그룹 김승호(76·사진) 회장은 회사 일을 하면서도 늘 나라 걱정을 한다. 요즘 이 회사 앞마당에는 대형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지난달 1일 창립기념일을 맞아 김 회장이 높이 30m의 국기 게양대를 만든 것이다. 나라 경제가 어려운 때 태극기를 쳐다보고 더욱 분발하자는 뜻에서였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우리 기업들의 수출도 잘 안 되는 요즘 에너지를 절약하고 종이 한 장도 아껴 쓰자며 직원들 등을 두드리곤 한다.

101년 전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한 김광제(金光濟) 선생 추모사업에 열정을 쏟는 것도 그런 차원에서다. 최근 그는 선생의 고향이자 자신의 고향인 충남 보령에 추모 기념비를 만들고 묘역을 새롭게 단장하고 진입로를 닦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김광제 선생은 대구에서 국채보상운동을 시작하는 바람에 대구 사람으로 아는 이들이 많다.

추모사업회는 지난해 6월 유족과 지역 유지들이 모여 결성했다. 선생의 애국정신을 이어받아 지역발전에 힘을 모으자는 취지에서였다. 김 회장은 이 모임의 고문이자 재정적 후원자다. 추모 기념비에는 1907년 2월 21일 선생이 대한매일신보에 쓴 ‘국채 일천삼백만원 보상 취지’ 공고문이 새겨져 있다. 이 글은 전 국민이 담배를 끊어 절약한 돈으로 이완용 내각이 일본에서 빌린 1300만원을 갚아 경제적 예속으로부터 벗어나자는 호소문으로 이후 애국운동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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