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규모 지진나도 큰피해 우려-지하철.빌딩등 무방비 상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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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13일 강원도영월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한데 이어 14일과 15일 오후 같은 장소에서 규모 2.7,2.5의 여진(餘震)이 일어나 지진의 공포가 전국을 흔들고 있다.
그러나 지하철.빌딩.교량.경부고속철도등 대부분 국가 주요 시설에 내진설계가 돼있지 않아 중간규모의 지진이 내습하더라도 엄청난 피해가 우려돼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한반도에서 일본 효고(兵庫)현남부 지진과 같은 대형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적어 적절한 대비책만 세운다면 지진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진무방비=현재 시공중인 지하철 5~8호선중 7호선 청담대교구간을 제외한 한강 하저터널.지하역사등 모든 구조물에.내진설계'가 돼있지 않은 상태다.
특히 지하철 1~4호선은 설계부터 지진개념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경부고속철도도 교량을 제외한 모든 터널구간 설계에 내진개념이 반영되지 않았다.
건축물의 경우 88년부터 6층이상 고층건물에 대해 내진설계를의무화했으나 현재 제대로 내진설계가 이뤄진 건물은 63빌딩.세안빌딩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형지진 가능성=.삼국사기'.조선왕조실록'등에 따르면 삼국시대 1백2회,고려시대 1백69회를 비롯해 모두 2천5백여회의한반도내 지진발생 기록이 있다.
특히.삼국사기'에는 서기 779년 경주지방에 발생한 지진으로1백여명 숨졌다는 기록도 있다.
특히 20세기 들어 한반도에 규모 5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횟수도 일곱차례에 이른다.10년에 한번꼴로 중간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셈으로 한반도도 더이상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전남대 김성균(金性均.지질학)교수팀은.한반도의 확률론적 지진위험 분포'라는 논문을 통해“1백년내에 서울.대전이나 황해도 구월산 인근에서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경고하고 있다.
◇지진예측.대책=지진을 예측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에따라 지진에 대비한 튼튼한 건축만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유일한 예방책이며,건축학자들은 내진설계를 완벽히 할 경우 건물붕괴에 따른 피해의 80%를 줄일 수 있다고 추정한다.
9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진도 6.6의 강진이 엄습했으나 내진 설계와 신속한 구조활동으로 직접적인 사망자가 60여명선에그친 것이 그 예라는 것이다.
자원연구소 전명순(全明純.지진학)박사는“지진은 건물붕괴와 화재등에 따른 2차피해가 오히려 위험하다”며“따라서 전기.수도.
가스등 생명선(라이프 라인)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지진이후 도시기능 마비에 따른 피해를 방지하는 대책이 시급하 다”고 강조했다. <박종권.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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