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직원들 '더치페이 프로그램'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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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이제.한턱'이나 단순한.더치 페이'는 가라.”이는 새 음주문화를 선언하는 신세대 직장인들의 외침이다.별로 멀지않은 과거에 회식비를 상급자가 모두 떠맡던 시절이 있었다.속으로야 어쨌든 바지춤에서 구겨진 1만원권 수십장을 불쑥 내밀 던 때의 당당함은 실로 대단했다.
하지만 월급의 온라인화가 진행되면서(.비자금'의 감소를 의미한다),또 개인주의적인 신세대 문화가 유입되면서 이런 음주 습관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대신 요즘 샐러리맨들에겐 회식후.1/n 부담'이 그래서 더 일반적 상황이 되 고 말았다.
뻔한 수입 다같은 처지에.무임승차'란 있을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럼 이 분배 방식은 만병통치약일까.여기에도 불만의 요소는 있다.즉 직급이 낮거나 스스로 고기를 적게 집어 먹기로 자처하는 사람들의 경우 똑같이 할당되는 금액에 언짢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불평을 일거에 잠재울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최근 인기다.대한항공 수입관리부.자금부등 3~4개 부서는 자체개발한.더치 페이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일견 엉성해 보이지만 부서내 젊은 수학.전산학 전공자들이 3개월동안 머리를 맞대고 짜낸 것이다.우선 직급별.수입별로 지수.로그함수를 그려 가장 합리적인 곡선과 가중치를 얻어냈다.성별가중치를 두자는 의견은 남성 못지않은 식욕을 자 랑하는 일부 여성 직원들 때문에 기각됐다.
직접 한번 대입시켜 보자.부서 송년 모임을 A단란주점에서 신나게 치르다보니 지불금액이 물경 1백만원.참가자는 17명이다.
금액을 적고 두번 클릭하면 결과는.부장 10만4천원,과장 8만7천원,신입사원 3만5천원….수입관리부 이병삼(2 9)씨는“타회사 직원들의 복사요청이 몰려오고 있다”고 말한다.잘하면 판매도 될 것같은데 일단 무료제공 중이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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