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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값보다 싼 ‘나프타’가 기가 막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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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나프타 값, 기가 막힌다.”

요즘 석유화학 업계에서 터져나오는 비명 소리다. 나프타는 각종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원료다. 비싼 값을 주고 미리 확보한 나프타 값이 원유 값을 훨씬 밑돌 정도로 떨어졌다.

한국석유공사의 석유정보망(페트로넷)에 따르면 4일 현재 싱가포르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나프타 값은 배럴당 24.1 달러. 6,7월 두 달 평균시세가 125달러였으니까 5분의 1로 폭락했다.

나프타 시세는 8월부터 슬금슬금 주저앉더니 지난달 들어 세계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위축의 여파가 유화업계를 강타하면서 가파르게 떨어졌다. 지난달 첫째 주에는 배럴당 80달러에서 출발했다가 69.7달러, 51.3달러, 42.4달러로 반 토막 났다.

이에 따라 정제되기 전의 원유 가격보다 싸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원유값은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55달러대다. 팔아도 돈이 되지 않는 애물단지가 돼버린 것. GS칼텍스의 강태화 차장은 “ 나프타는 원유보다 당연히 비싸야 맞다. 가장 싼 석유제품인 벙커C유보다 배럴당 20달러 비싼 것이 보통인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그나마 마진이 있는 휘발유와 경유 생산의 가동률을 최대한 높이고 있다.

나프타 가격 폭락은 실물경기가 위축되면서 세계 유화제품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의 나프타 수요가 뚝 떨어졌다. 인도와 쿠웨이트의 정유업체들은 저가 나프타를 밀어내기식 출하를 하면서 시장 상황을 악화시켰다. 삼성토탈의 박오규 부사장은 “과잉 공급된 나프타가 어느 정도 소진되면 정상 가격을 회복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가격이 떨어지기 전에 구입한 나프타를 하루라도 빨리 분해해 제품으로 출하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화학섬유나 플라스틱을 만드는 후방 업체들이 감산하거나 가동을 중단하기 때문이다. 가령 화학섬유 업체인 태광산업은 아크릴 섬유 원료인 아크릴로 니트릴(AN)을 연간 25만t 생산하는 울산 석유화학3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고 5일 밝혔다. 한 달 정도 공장 가동을 멈출 예정이다.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1차 원료를 만드는 상위 업체들도 가동률을 떨어뜨리고 있다. SK에너지는 울산의 나프타 분해 1공장의 가동을 지난달 말부터 두 달 예정으로 멈췄다. 1973년 이 공장이 준공된 이후 수요가 줄어 가동을 중단한 건 처음이다. 전남 여수의 여천NCC도 원료를 공급받는 업체들의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에틸렌 생산을 30% 정도 줄였다.

충남 대산단지의 삼성토탈은 감산 대신 나프타 구입량을 조금씩 줄이면서 대규모 에너지 절감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가스터빈 2기와 증기터빈을 개조해 자가발전을 하고, 공업용수를 재처리해 연간 총 300억원의 원가를 절감하는 목표를 세웠다.

심재우 기자

◆나프타(Naphtha)=원유를 섭씨 35∼220도로 가열하면 증류를 통해 정제된다.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벤젠·톨루엔 등 방향족 화학물질을 만들어낸다. 이들 물질은 플라스틱과 합성섬유·고무 등의 원료로 가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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