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좌制 폐지' 소급적용 여부 둘러싼 與野 공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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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선거사범 연좌제 폐지의 소급적용 여부를 둘러싼 여야 3당의 공방이 갈수록 첨예해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정치권 내부문제로 여야가 대치하면서 예산안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사태에 대해비난이 쏟아지고 있으나 각당은 기존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연좌제공방의 핵심은.선거범죄로 인한 당선무효 대상에서 선거사무장과 회계책임자는 제외한다'는 4자회담의 합의사항을 4.11총선출마자에게도 적용할 것인지 여부다.
신한국당이 제도개선협상 타결 이틀뒤인 9일 현재 재판에 계류중인 4.11총선 선거사범에 대해서는 연좌제폐지의 적용을 배제하는 부칙을 두자고 제안하면서 이번 공방은 돌출됐다.
회계책임자가 1,2심이상을 선고받아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을경우 의원직이 상실될 입장인 사람은 현재까지 자민련 조종석(趙鍾奭.예산)의원 한사람 뿐이다.국회의원 한사람의 정치생명을 연장하는 문제로 국회가 엄청난 소모전을 벌이고 있 는 셈이다.
신한국당은“모든 범죄행위는 행위당시의 법률로 처벌받는다”는 법리(法理)를 최대의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김철(金哲)대변인은 12일 성명을 내고“4.11총선운동을 한사람들은 현행법에 의거해 선거운동을 했기 때문에 법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서는 현행법의 규제를 받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고밝혔다. 金대변인은“연좌제의 적용시점마저 개정안의 공포일부터 적용하자는 것은 여론과 법리를 무시함은 물론 공당으로서 최소한의 양심마저도 저버리는 행태”라고 야당측 태도를 비난했다.
金대변인은“야당의 주장은 특히 자당의원을 구제하기 위해 위인설법(爲人設法)을 했다는 자백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며“이와관련한 야권의 공조는 국민을 속이는 공모”라고 몰아붙였다.그러나 이에대한 야권의 반발은 강경했다.
趙의원의 소속정당인 자민련의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연좌제 자체가 위헌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폐지하자는 것”이라며“4자회담에서의 합의도 위헌논란을 배제하기 위해 선거사무장과 회계책임자를 제외키로 한것”이라고 주장했다.
安대변인은 또“우리당의 주장은 결코 소급입법을 의미하는 것이아니다”며“신한국당이 경과규정을 두어 소급적용할 것을 주장하는것은 신법이 구법에 우선한다는 일반법리에도 맞지 않으며 정치신의를 저버리는 처사”라고 역공을 폈다.
자민련의 12일 의원총회에선 신한국당은 물론 11일 한때 신한국당의 입장에 동조하는 듯한 자세를 취한 것으로 알려진 국민회의에 대한 성토도 있었다.
국민회의도 야권공조전선의 균열을 우려한듯 자민련과 같은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12일 연좌제 폐지 적용시점 논란과 관련한 성명을 내고“사무장과 회계책임자의 연좌제는 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조항이고 실효성도 없어 폐지키로한 것이므로 당연히관계법 공표일로부터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鄭 대변인은 또“재판에 계류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시행에 예외를 둬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당 입장으로 이는 전적으로 자민련의 당론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좌제폐지 자체에 대해서조차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는 학계.법조계.시민단체에서는“연좌제 폐지를 소급적용하려는 것은 정치적 야합”이라고 비판하고 있어 야권이 끝까지 당론을 관철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복잡한 정치산술속에 실리 를 추구하려는 각당의 입장이 여론의 역풍을 맞아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주목된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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