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勞使관계>5.끝.정리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정리해고제도 도입은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법제화한 것으로 앞으로 일선 사업장에서의 운용 여부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 제도는 근로자의 신분상 변화인 해고에 관한 사항이어서 논의과정 내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노동계는 요건을 강화해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전제에 넣자고 주장했고,경영계는 판례로 확립된 내용을 법제화해 논란의 소지를 없애자고 맞서 왔다.
◇유래와 파장=노동법상 해고는 근로자의 잘못등 정당한 사유가있어야만 가능하다.해고사유의 구체적인 내용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으로 정하는게 보통이다.이와는 별도로 경영악화등의 사유에 의한 정리해고가 가능한지 여부를 둘러싸고 해고근 로자의 소송제기등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관련,노동부는 외국의 예를 따라 그때그때 행정지침을 내려왔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행정편의상의 지침에 불과했고 법원의 판결을 통해 케이스별로 옳고 그름을 정리해왔었다.
이같은 혼란이 대법원 판결로 정리된 것은 89년5월.대법원이판결을 통해 정리해고의 4가지 요건을 밝히면서 그 적법성이 인정돼 판례로 굳어졌다.
즉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사용자의 해고회피 노력▶합리적이고공정한 기준에 의한 대상자 선정▶노조나 근로자대표와 성실한 협의를 거치면 정당한 사유에 의한 해고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대법원판례는 91년12월 동부화학 사건에서 ▶생산성 향상▶경쟁력 회복 내지 증강을 위한 작업형태의 변경▶신기술에 의한 기술적 이유와 이에 따른 산업의 구조적 변화때도 정리해고를인정하는등 요건을 점차 완화하는 추세에 있다.
노사관계개혁위원회(노개위)논의에서 경영계는 91년 판례수준으로 법제화를 주장했고 공익안은 89년 판례수준을 제시했었다.개정안은 91년 판례를 채택했다.
이와함께 계속되는 경영악화로 인한 사업의 양도.합병.인수때도정리해고가 가능하도록 규정,얼마전 정리해고등 고용조정조항의 포함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던 금융기관의 합병및 전환에 관한 법률등 개별법상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했다.
이밖에 해고일 60일전까지 노조와 해당근로자에게 사전통지토록하고 2년 이내에 근로자를 신규채용할 땐 정리해고당한 근로자를우선 고용토록 한 점등은 해고 준비기간등 근로자에 대한 배려로보인다. 아무튼 판례의 법제화로 정리해고와 관련된 불필요한 분쟁의 예방이 가능해져 경영계는 이로 인한 과다한 소송비용과 시간의 절약이 예상된다.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판례에서 사용된 중립적인 개념을 그대로 원용,해석을 둘러싼 시비는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반발은 노동계를 중심으로 거세게 일고 있다.노동계는 우선 정리해고가 법제화됨에 따라 사용자가 경영개선등에 대한 노력없이 집단감원으로 경영악화를 벗어나려 하지않겠는가 하는 우려를 갖고있다. 또 최근 유행하고 있는 명예퇴직 제도를 정리해고에 앞선해고회피 노력으로 활용하려 들 경우 이른바 명퇴와 정리해고로 인한 대량 실업사태의 위험성도 예상된다고 주장한다.
◇외국의 예=명칭은 다르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해고가 인정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사용자에 의한 고용해지에 관한 협약(158호)및 권고(166호)중 정리해고에 관한 규정에서 사유와절차를 규정하고 있으며 미국.프랑스.독일도 유사한 규정을 두고있다. 일본은 명문규정없이 판례로 규율하고 있으며 요건은 우리의 수준과 비슷하다.영국은 65년 정리해고수당법 제정에 이어 78년 고용보험법에 통합 규정하고 있으나 정리해고수당을 주는 점이 특색이다.
〈김진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