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作을찾아서>임우기씨 評論集 "그늘에 대하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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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좀 쓴다는 문학평론가일수록 제 알량한 안목을 병아리 암수 감별하듯 골라내고,제 동아리의 군서성(群棲性)에 눈치빠르게 껴붙고,이미 누가 한 말을 지겹게 또 하고 또 해대며 추종자로 거들먹거리는 것이다.…애초부터 선별안이 없으니 제 주장이 있을리 만무하고,글은 짧은데다 눈치꾸러기의 본분이라도 챙겨야 하는게 목적이므로 오로지 매문행위에나 급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중견작가 김원우씨가 더이상 눈꼴사나워 참을 수 없었는지 오늘의 평단에 대해.독설'을 퍼부었다.최근 나온 임우기(사진)씨의 평론집.그늘에 대하여'(도서출판 강 刊)발문을 통해 김씨는.추종자'.눈치꾸러기'.매문행위',심지어.정신병자의 허튼 소리'로 평론을 치부해버렸다.그러면서 김씨는 임씨의 평론을“평론의폐습을 송두리째 쓸어내버리려는 기개가 늠름하다”고 평했다.
임씨의 두번째 평론집.그늘에 대하여'는 합리적 이성과 서구의2분법에 기초해 문면에 드러난 의미를 찾는데서 벗어나 주역.도교.불교등 우리의 사상을 폭넓게 원용하며 시.소설의 그늘,즉 숨겨진 의미를 읽어내려 한 시론적(試論的)성격을 띠고 있다.
“모든 예술작품은 근본적으로 불완전한 것이다.비평은 그 흠,그 불완전성이 지닌 생의 깊이와 가치를 캐는 작업이다.깊이와 생의 가치를 지닌 흠,불완전성에 살아있는 그늘(陰)이 드리운다.숨은 그늘은 작품의 드러난 표면과는 다른 방향으로 ,역(逆)으로 움직인다.그 그늘로 인해 작품은 생생한 삶의 몸을 얻는다.”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듯 임씨의 평론은.생의 깊이와 가치를캐는 작업'이다.작품을 책 속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생생한 삶으로 데려오는 작업이다.이 작업은 있고 없음,음.양,중심.주변등 2분법에 따른 것이 아니라 그것을 아우르는 일원 론을 지향한다.양이 있어야 음이 있듯이.그렇게 임씨는 박경리.박완서.이문구.조세희.오정희씨등의 소설과 서정주.박용래.김지하.기형도등의 시들을 읽어내고 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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