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허술' 확인된 對공비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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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합참이 북한잠수함침투 공비소탕작전에 대한 자체검열결과를 발표했다.이번 잠수함사건은 발생부터 소탕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에게 많은 우려와 실망을 안겨줬다.적의 잠수함이 좌초했는데도 군이 이를 발견치 못한데서부터 작전중 공비에 살해된 병 사를 탈영으로 처리한 한심함에 이르기까지 우리군이 어떻게 이 지경까지 됐느냐는 안보위기감이 팽배했다.그런 점에서 군이 자체검열을 통해이번 작전전반을 재평가해 스스로 경각심을 높이고 교훈을 삼고자한 것은 당연하다.
이번 검열에서 드러난 우리 군(軍)의 평상시 경계태세와 소탕작전에 나타난 전투태세를 보면 국민이 우려하던대로였음이 확인됐다.군의 긴장은 쏙 빠져 있었다.잠수함침투를 모른 이유가 대잠(對潛)장비부족이고,해안경비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했 기 때문이라는 이유는 사후의 구차한 해명에 불과하다.초소에서 합참까지 보고되는데 무려 2시간40분이 걸렸고,5분대기조 출동에 21분이걸렸다.북한의 전략이 기습작전임은 다 아는 사실인데 초동대응이이런 식이었다.
그뒤 작전에서도 미숙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작전중 소란,휴식.식사시간의 감시소홀,공비의 능력에 대한 과소평가 등 제대로 훈련된 군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특히 이번 검열에서 지적되지 않은 사항중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도 있다.소탕작전을 위한 부대투입이나 작전전개방식은 합참지휘하에 수행됐는데도 이러한 주요전술에 대한 평가는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작전은 수행도 중요하지만 작 전개념 자체가 제대로 돼 있어야 한다.이번 문책대상이 된 20명은 연대장이하의 현지지휘관에 집중돼 있다.이런점 때문에 당시 합참 상층부는 책임을 안 지고 현지에만 책임을 미뤘다는 뒷소리가 나오고있는 모양이다.
우리는 이번 검열로 몇명이 문책당했느냐의 관심보다는 무슨 교훈을 얻고,무엇을 개선했느냐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고 본다.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군이 새로운 각오로 다시 태어난다면 이번 사건은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될 수 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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