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신간을 찾아서] 아이들 눈높이로 “자 ~ 떠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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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나이가 되면 부모와 함께 하는 여행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 아이들은 “재미없어서”라고 말한다. 아빠·엄마가 일방적으로 여행지를 선정한 탓에 애당초 흥미가 떨어진 데다 현지에서의 설명이라고는 부모가 안내판의 내용을 풀어서 들려주는 정도뿐이니 만족해 할 턱이 없다.

‘성의 있는’ 부모는 여행을 떠나기 전 관련 책자와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어른 눈높이에 맞춘 정보 일색이다. 그러니 자녀가 호기심을 가질 만한 여행지는 어떤 곳이고, 그곳에서 무엇을 재미있어 하고, 무엇을 궁금해할지를 가늠하기란 어렵다.

『교과서 속에서 쏙쏙 뽑은 가족여행지』는 그런 점에서 돋보이는 책이다. ‘자녀가 이미 알고 있고, 친근하게 생각할 만한 여행지를 골랐다’는 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행에 관심 많은 초등학교 교사 51명에게 행선지를 추천받은 것이 비결인 듯싶다.

1권 역사문화체험편과 2권 자연과학체험편은 각각 150여곳의 여행지를 다루고 있다. 각 여행지에 대한 소개 첫머리에는 ‘초등학교 어느 학년 무슨 과목 교과서 몇 쪽에 소개돼 있는지’를 꼼꼼하게 설명한다.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느끼며 이해할 수 있게 꾸민 것이다.

방문지별로 자녀가 궁금해할 만한 점들도 문답 형식으로 함께 실었다. 질문 하나하나가 어린이들이 물어볼 만한 것들이며 부모로서는 준비 없이 질문을 받는다면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꽃들은 왜 색깔이 다 달라요’ ‘그럼 벌과 나비는 색을 구별할 수 있나요’ ( ‘들꽃들의 천국, 평창 오대산’ 부분) 등이 예다. 꽃의 색깔이 왜 다른지를 설명할 수 있는 부모들이 얼마나 될까. 답은 더욱 재미있다. ‘곤충들이 좋아하는 빛깔이 다 다르기 때문에 여러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꽃들의 색도 제각각이지.’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재미 중 하나가 현지 음식 맛보기. 여행지별로 자녀가 좋아할 만한 메뉴를 내놓는 식당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장소별로 부모와 자녀가 각각 메모를 할 수 있는 빈 칸을 마련해 책 자체를 ‘답사일지’로 활용할 수 있게 한 점도 아이디어다.

교과서와 연계했다고 해서 이 책이 ‘여행’보다 ‘학습’에 중점을 둔 것은 아니다. “답사는 공부가 아닌 놀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 말고 다른 곳에 정신을 파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야단을 치면 답사를 공부로 인식하게 되고 흥미가 떨어진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 이승민(33)씨는 여성 관련 잡지에 여행과 교육 관련 글을 쓰는 자유기고가이며, 두 아이의 엄마다. 그래서 엄마의 섬세함과 ‘여행꾼’의 해박함이 녹아있다.

주 독자층은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가 있는 가족이다. 하지만 5∼15세 정도의 자녀라면 누구나 재미있어할 만한 내용을 담았다. 자녀로 하여금 책에서 행선지를 고르게 하고, 교과서에서 관련 내용을 함께 읽은 뒤 궁금한 점을 따져보고, 이 책과 현지 답사를 통해 의문을 해소하는 것이 이 책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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