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미지의 세계로 탐험 그 참을수 없는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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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7월21일. 미국의 닐 암스트롱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 표면에 발을 내디뎠다. 인간이 비행기를 만든 지 한 세기도 채 안 된 기간에 이룬 인류의 위대한 승리였다. 이처럼 과학이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 내면에 잠재돼 있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과 모험심의 발로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은 산소도 희박한 히말라야 8000m 고산- 죽음의 지대을 찾아 떠나고, 자그마한 보트 한 척에 몸을 실은 채 226일간 혼자서 세계 일주에 도전하거나, 초경량 비행기로 세계 일주에 왜 나서는가. 크리스 보닝턴(1934~)의 『퀘스트(Quest for Adventure)』가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준다.

보닝턴은 영국을 대표하는 유명 산악인이다. 그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Ⅰ봉(8091m) 남벽과 에베레스트(8850m) 남서벽을 등반하면서 히말라야 거벽(巨壁) 등반시대의 문을 열었다. 74년 창가방(6864m), 77년 바인타브락(7285m) 남서봉 초등정 등은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한 그의 도전정신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85년에는 51세의 나이로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았다.

『퀘스트』는 보닝턴이 20세기 후반부 산과 바다, 그리고 하늘 등 지구상의 모든 영역에서 도저히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일에 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그들이 걸어온 인생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이) 쓴 책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섭렵했고 직접 동료의 탐험에 동참하거나 직접 만나 장시간에 걸쳐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책에는 뗏목으로 태평양을 횡단한 콘티키호, 3년여에 걸쳐 남극대륙 주위를 일주한 아이스버드호 등 바다와 관련된 네개의 글,아라비아 사막을 횡단한 엠티 쿼터, 에티오피아 블루 나일강 탐험, 남·북극 횡단, 열기구와 총경량 항공기 세계일주, 심해동굴 탐사, 히말라야 고산 등반 등에 관한 이야기가 소개됐다.

탐험을 ‘왜’라는 동기보다 ‘어떻게’헤쳐나갔는지라는 방법에 중점을 두고 풀어나간다. 다양한 현대 탐험사를 한 권의 책으로 묶었고, 모험가였던 자신이 직접 썼기에 눈으로 보듯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보닝턴은 “지금도 나는 첫눈에 보이는 것에 매료된다. 나에게 모험의 최종 목적은 이런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것이며 이 점은 내가 고른 모든 모험에도 공통으로 들어있는 요소다. 여기에 소개하는 모험들은 서로 다르지만 다시 모으면 멋진 매력을 발산하는 한 폭의 모자이크 그림”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탐험과 관련된 책을 보면 흥미를 느끼게 마련이다. 20년 만에 개정판으로 새롭게 선보인 『퀘스트』는 탐험에 대한 궁금증은 물론 함께 수록된 생생한 사진으로 재미를 더해준다.

한스 카멀란더의 『그러나 정상이 끝은 아니다』는 히말라야 고산 등반에 관한 또 하나의 책이다. 남티롤 지방에서 태어난 저자는 독일의 유명한 산악인. 책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그는 정상을 밟고 무사히 하산한 후에야 등정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고 말한다.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방법은 정해진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지만 위로 솟은 변을 따라 오르내리는 것은 남이 행하지 않은 창조적인 작업으로 이루어져야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히말라야 8000m 고봉 14개 중 13개의 정상을 밟은 그는 낭가파르바트(8125m)·브로드피크(8047m)·시샤팡마(8012m)·에베레스트·칸첸중가(8586m)를 등정하고 정상에서 스키로 활강했다.

카멀란더는 히말라야 8000m 고봉 14좌를 인류 최초로 완등한 라인홀트 메스너와 함께 떠났던 히말라야 원정에서의 감정을 담담하게 소개하고 있다.‘온갖 일들이 규칙으로 묶여 있는 오늘날, 우리 생활 속에 남아있는 비록 일시적이나마 완전한 자유로운 삶의 방식의 하나가 등산’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이 한 권의 책속에서 카멀란더의 산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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