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살아있다>'1+1=2'가 아닌 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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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1+1의 결과가 반드시 2가 되어야 한다는 사고는 기능적인 인간형이나 제도적 인간형을 키워낸다.
그러나 1+1이 2가 되든,1이 되든 혹은 0이 되든 그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1+1이라는 주어진 조건의 상호 인과관계에가치를 둔 사고는 문화적 인간형을 만들어낸다.기능적 인간형이나제도적 인간형은 직선적인 사고로 사물에 대해 편협성을 갖기 쉽다.그러나 문화적인 행동양식은 결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조건들을 종합하는 사고,조건들의 인과관계를 통찰하는 사고를 갖게 함으로써 사물이나 인간들에게 열려진 태도를 갖게 한다.
이러한 문화적 행동양식이 시대적으로는 가치있는 문화재의 형식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철인이나 도인(道人)의 모습,사랑의 실천자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는 5천년 문화민족 반만년 역사를 자랑해왔다.그러나 우리문화재는 고장을 일으킨 타임머신처럼 화석화되어 고물상의 수집품이 되어버렸고 우리의 환경은 기계적인 인간,제도적인 인간 로봇을 만들어내기에 여념이 없다.사회 구석구석을 돌 아보아도 문화도 없고 문화적 인간형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우리는 식탁 위에 길들여진 음식들처럼 누구에겐가 먹혀지길 바라고 있고 선택되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누가 식탁을 만들었는가는 잊어버렸다.식탁을 다시 준비하는 길이 문화를,문화적 인간을 만드는 길이다.
선진국이 안되어도 좋다.선진국이 되어야 한다는 망상은 기계적인간들의 생각이다.우리가 선택한 식탁에 우리가 먹어야 할 음식을 차리자.문화는 가치선택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현기 스님.고려대장경硏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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