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잔치준비 들뜬 脫北 김경호씨 맏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죽은 줄로 알았던 동생이 살아 있다니….” 일가족을 이끌고북한을 탈출한 김경호(金慶鎬.62)씨의 형 경태(慶泰.70.서울은평구대조동.사진)씨는 6일 동생이 생존해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金씨는 어릴 때 부모가 세상을떠나 5남매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생활을 했으며 이 때문에동생 경호씨는 이태원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중학교 진학을 포기해야만 했다고 밝혔다.
金씨는 경호씨의 성격이 쾌활하고 붙임성이 있어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으며,특히 맏이인 자신을 잘 따라 둘 사이의 우애가 두터웠다고 말했다.
“한국전쟁이 우리 형제를 갈라놓았지요.나는 당시 군복무중이었는데 전쟁이 끝난 뒤 동생을 백방으로 찾아 나섰지만 끝내 소식을 듣지 못해 전쟁통에 죽은 것으로 생각하고 명절 때마다 차례를 지내왔습니다.” 金씨는 4남1녀중 혼자 외로이 살아오다 동생이.생환'해온다는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金씨에 따르면 넷째 정순(貞順.64.여)씨는 이태원 단칸 셋방에서 결혼도 하지 않은채 파출부.행상등으로 어렵게 살다가 올2월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것이다.둘째 경백(慶白)씨는 15년전,막내 경희(慶熙)씨는 10년전 암으로 잇따라 세상을 떠났고 부인 이해숙(李海淑)씨마저 지난 10월 당뇨병으로 숨지는 바람에 金씨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죽었던 동생이 돌아왔으니잔치를 열어야지요.무사히 서울까지 오기만 기다릴 뿐입니다.” 관절염이 심해 10년전 목수일을 그만두고 외아들 흥석(興錫.34.운전기사)씨와 함께 사는 金씨는 동생 식구들.환영행사' 준비로 마음이 들떠 있다.

<이상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