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직무복귀] 청와대 칩거 63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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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칩거 63일 동안 4.15총선 투표를 위한 외출 말고는 단 한번 청와대 밖으로 나갔다. 지난달 10일 부인 권양숙 여사와 함께 광릉 수목원을 찾은 게 전부다. 경찰의 교통정리조차 받지 않은 암행의 나들이 길이었다. 그 외 盧대통령은 관저에서의 독서와 토론, 청와대 뒤편 북악산 등산을 통한 성찰과 재충전의 시간을 보냈다.

4월 초 盧대통령은 조윤제 경제보좌관의 추천으로 '경제전쟁 시대 이순신을 만나다'라는 책을 접했다. 盧대통령은 이 글을 읽고 '충무공의 시대를 초월한 리더십'에 대해 무척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충무공 전적지를 찾고 싶어 했으나 해당 지역 총선에 영향을 미친다는 오해가 우려돼 뜻을 접었다. 참모들에게 빌헬름 1세, 로베스 피에르, 나폴레옹 등을 언급하면서 盧대통령은 '승리자의 절제와 겸손'이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칩거 중에도 링컨 대통령은 盧대통령의 연구 대상이었다. "분열된 남과 북을 하나로 통합한 링컨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미국의 오늘이 있었을까"라는 자문도 했다고 한다.

盧대통령이 총선 이후 "상생과 통합의 정치"를 설파하고 유독 '권력의 겸손'을 강조해 언급한 배경인 듯하다. 언뜻 다 삭이지 못한 분노가 엿보인 적도 있다.

지난 4월 11일 기자들과의 등산길에 그는 야당이 탄핵소추 이유로 내건 '경제파탄'을 거론했다. "민생에 관해서는 최선을 다해왔다"며 "내가 천재도 아닌데 1년 만에 성과를 내라는 건 석달 만에 아이를 낳으라는 격"이라며 감정을 분출하기도 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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