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사회’ 대한민국] 교통사고에는 둔감, 인간광우병엔 민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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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대 0’.

2007년 말 현재 영국과 한국에서 발생한 인간광우병의 발생 건수다.

그러나 한국인 중 상당수가 국내에서 발생한 적이 없는 인간광우병을 걱정하고 있었다.

중앙일보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중앙대 차세대에너지안전연구단의 ‘한국 사회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68.8%가 ‘광우병을 걱정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유럽연합(EU)이 유럽 30개국 국민을 상대로 조사한 ‘유로 바로미터’(2007년) 설문 조사에서 영국인의 응답 비율(40.5%)보다 훨씬 높다. 광우병이라는 동일한 대상에서 느끼는 위험 강도가 이처럼 달랐다.

이런 현상에 대해 미국의 인지심리학자 폴 슬로빅(미국 오리건대 심리학)은 “사람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위험에 더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 객관적인 위험의 크기와 상관없이 생소한 위험일수록 더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이재열(사회학) 교수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교통사고가 잦은데 사람들은 교통사고에 대한 위험을 덜 느낀다”며 “익숙한 위험에 대해 둔감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 수가 한국은 3.4명, 프랑스는 1.4명이다. 그런데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하는 사람은 한국 32.4%, 프랑스 74.8%다.

심리학자 피터 샌드먼(미국 미시간대)은 “사람들이 인식하는 위험의 크기는 위해성에 분노가 합쳐져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정책을 불신하고, 위험을 발생시키는 대상자에게 적대감을 갖고 있을 때 위험이 증폭된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음식물의 비위생적 관리에 대해 79.7%가 ‘우려한다’고 답한 것도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 만두 소 파동, 기생충 김치같이 먹거리 안전에 대해 국민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위험하다고 느낀다 해서 그에 맞춰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음식을 선택할 때 한국인이 고려하는 것은 맛(19.3%)-가격(18.1%)-질(15.5%)-가족의 건강(12.5%) 순이다. 유럽 응답자들은 질-가격-신선도-맛의 순서라고 답했다.

한국인은 59.7%가 원자력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에 찬성했다. 반대한 사람은 12.8%에 머물렀다. 원자력 강국인 프랑스에서의 찬성률은 35%이다. 하지만 한국인은 자신이 사는 지역에 방폐장이 건설되는 것에는 경제적 보상이 아무리 충분해도 반대한다는 의견이 53.3%였다.

경희대 황주호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한국인은 각종 에너지에 대해 막연하면서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알고 있어 에너지난을 해결하기 위해 원자력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두려움을 느끼는 양면성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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