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친청집으로의 농촌체험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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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겨울이 오면 친정에서는 큰 행사가 하나 치러진다.바로 비닐하우스의 뼈대를 설치하는 일이다.충남공주에서 10년째 딸기 농사를 지어 오신 친정 부모님은 겨울을 앞두고 비닐하우스를 설치하는 일이 가장 힘든 일이다.예순이 다 되신 부모님 이 가장 어려워 하시는 일이지만 중노동이다보니 일꾼을 사기도 여간 어려운것이 아니다.
우리 딸들은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 드리고자 신랑들을 동원해야만 했다.큰딸인 나는 철장 꼽는 날짜를 일요일에 맞추라고 아버지께 당부하고 동생들에게 연락했다.둘째,셋째,넷째….우리 가족은 모두 1남6녀다.그리고 지금은 막내만 대학교에 다니고 모두결혼했다.그러니 사위들의 손이 얼마나 많은가.그리고 작은 아버지께도 도움을 부탁드려야 했다.두 사위만이 회사 일로 시간을 못내고 우리는 모두 약속한 뒤 토요일 저녁 고향집에 집결했다.
내일의 컨디션을 위해 오랜만에 만났지만 술자리를 미루고 활기찬 일요일을 맞이했다.아버지.작은아버지.아들.사위들까지 모두 모이고 나니 서로가 힘이 됐고 딸들과 며느리도 합세해 한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올해의 철장은 더욱 크고 무거웠다.늦가을의 쌀쌀한 날씨 속에서 황량한 들판에 철장을 꼽으며 약 10년동안 바람과 비에 견딜 집을 짓는 마음으로 다섯동의 비닐하우스 뼈대를 만들어 갔다.도시에 사는 사위들은 농촌의 딸들에게 장가와 진 하게 농사일을 체험한 것이다.계룡산의 단풍을 먼발치서 감상하기도 하고 맑은 공기를 흠뻑 마셔가며 일을 하노라니 어깨는 아프지만 뿌듯한보람을 느꼈다.내년 봄이 되면 이 논에 빨간 딸기들이 주렁주렁열리겠지.겨울을 나고 탐스럽게 열린 딸기를 먹으러 온 가족이 모이겠지.그 딸기의 맛은 아마도 예전의 딸기맛과는 다를 것이다. 서로가 힘을 모아 일하는 모습 속에서 나는 가슴 뭉클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었다.부모님의 감회는 더하셨을 것이다.든든한손과 발이 돼 일하는 아들.사위.딸들을 바라보며 힘든 일 속에서도 부모님은 싱글벙글 입을 다물 줄 모르셨다.
이미자〈수원시장안구정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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