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급했던 기자 긴급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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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검찰이.청와대 밀가루 북한제공설'을 보도한 시사저널기자를 긴급구속해 철야조사한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법원에 의해 구속영장이기각돼 다행이긴 하지만 사법부가 구속수사위주의 반(反)인권적 관행을 불구속위주로 바꿔가고 있는 판인데도 검찰 은 여전히.구속하고 보자'는 식의 수사관행과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점이 실망스럽다.
긴급구속은 판사의 영장을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긴급을 요하는 특수한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다.과연 이번 경우가 그런 특수한 경우에 해당하는가.검찰은 문제의 기사를 쓴 기자가 사건후 베이징(北京)에 머무르면서 소환에 불응해.도주 우 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긴급구속이유를 밝히고 있다.그러나 문제된사안이 도주할만한 것이라고 여겨지지도 않거니와 도주할 생각이 있는 사람이 제발로 귀국하지도 않을 것이고 보면 검찰의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
철야수사도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반인권적.수사편의적 관행이다.잠을 재우지 않고 수사한다는 것은 고문하는 것과 다름 없다.
그래서 선진국에선 피의자의 신문시간과 수면을 법으로 정해놓고 있다.우리 검찰은 언제나 이런 악습에서 벗어날 것 인가.
검찰이 무리한 긴급구속과 철야조사를 서슴지 않았던 것은 이 사건에 개재된 정치적 성격때문이라는 혐의가 짙다.청와대가 도마에올라있고 더구나 야당이 이를 정치쟁점화하자 청와대의 혐의를 빨리 풀어주기 위해 일을 서두른 느낌이 짙은 것이 다.그러나 결과적으론 단순한 성격의 사건을 더욱 정치적인 사건으로 만들었다.시사저널은 인쇄중에 당국의 연락을 받고 기사를 삭제하는 한편 인쇄된 것은 회수하는 노력을 보였다.다만 야당이 문제를 삼아 내용이 알려졌을 뿐이다.
보도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근거가 있고 공익을 위해서라는목적이 있었다면 결과적으로는 오보라도 무죄라는게 이제까지의 판결이었다.이에 비춰봐도 분명히 긴급구속은 지나쳤다.언론자유는 기본권중의 기본권이라는 점을 재인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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