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선 中동포에 구세주-외국인 피난처 김재오.이호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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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초인간적 인간 '.한국의 1등공신'….
조선족들의 사기에 지친 옌볜 조선족 사이에서도 구세주처럼 떠받들어지는 기이한 한국인 2명이 있다.외국인 피난처의 김재오(金在五.31)소장과 이호택(李淏澤.38)간사가 이변의 주인공들. 이들이 처음 중국으로 건너온 것은 지난해 8월.한국기업에서일하다 몸을 다치고도 제대로 배상받지 못한 채 죽음과도 같은 어둠과 마주선 산업재해자들의 실태파악을 위해서였다.정부지원은 물론 민간단체나 개인의 성금도 전무한 상태에서 자 비(自費)로외국근로자 돕기에 나선 돈키호테들이었다.조선족 피해사건이 심각해지자 이들은 사기피해사건도 접수하기 시작했다.
조선족들은 처음에 이들을 의심했다.수수료도 한 푼 안 받고 모든 허드렛일을 대행해 주는 이들을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어려웠기 때문이다.“뒷돈 대주는 사람이 있는데 이중 일부를 떼어먹는 것”이라거나 심지어“돈을 찾거나 피해보상 을 받으면 떼어먹고 달아날 속셈”이라는 등 온갖 의심이 나돌았다.그러나 한겨울에도 도시락으로 이틀을 버티며 각지를 헤매고 상처입은 조선족으로부터는 물 한 모금 얻어먹지 않으려는 자애행(慈愛行)이 2년 가까이 계속되자 가득 찬 의심이 벅찬 감동으로 바뀌었다.
이들과 함께 일한 조경국(趙璟國.옌볜국제관계협회 부비서장)씨는 이들과 함께 한 합동조사기간을 .처음 받아 보는 인간수업'으로 회상한다.
이들의 주수입원은 보따리 장사.새벽시장에서 물건을 떼다지하철 등지 에서 팔고 수익금으로 고독한 중국순례에 나선다.각계에서 들어오는 성금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미미한 형편.여기에는 물론 집을 옮겨 가며 빼낸 전세금의 일부도 포함돼 있다.
현재 이들이 해결해 준 산업재해자보상만 해도 90여가구 약 1백만위안(약 1억원)에 이른다.
리비아 건설현장에서 다쳐 반신불수가 된 김명복(金明福.
41)씨,갑판위에서 고기상자에 갈려 골반뼈를 잃은 유상필(柳相弼.41)씨,선장에게 맞아 대퇴뼈를 잃고 불구자가 된 박성일(朴星一.38)씨등 3명에게 매달 생활비로 4백위안씩 보내준다는대목에 이르러서는 할 말을 잊게 된다.
옌볜의대 허청송(許靑松.34)선생은“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월에 찢긴 동포들이 서로 돕고 살아갈 수 있는 두레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소개하고“이미 옌볜교외에 마을을 조성할땅을 계약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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