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화 스와프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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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30일 확보한 ‘달러 우산’은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다. 기간은 내년 4월 말까지고, 한도는 총 300억 달러다.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부터 달러를 가져오는 대신 원화를 맡기게 된다. 이후 만기가 되면 다시 달러를 FRB에 갚고 원화를 돌려받게 된다.

정부는 미국에서 들여오는 달러를 국내에서 입찰을 통해 외국환은행에 풀 계획이다. 한은은 이미 매주 화요일 경쟁 입찰을 통해 보유한 달러를 시중은행에 풀고 있다. 입찰에 참여한 은행 중에서 높은 금리를 써낸 은행에 달러를 주고, 그 금액만큼 원화를 받는 방식이다. 만기는 최장 84일이다.


한은이 FRB로부터 300억 달러를 확보했기 때문에 입찰에 쓸 돈이 늘어나게 된다. 한은은 국내 입찰 일정에 맞춰 FRB로부터 달러를 가져올 계획이다. 한은 관계자는 “다음 주 화요일 전에도 달러를 들여올 수 있지만, 당장 필요한지 아닌지를 따져본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낙찰받은 은행이 달러를 쓴 뒤 만기에 맞춰 한은에 달러를 돌려주면 한은은 이 달러를 다시 FRB에 넘기게 된다.

FRB와 통화 스와프를 할 때 원칙적으로 원화를 주면서 이자를 받고, 달러를 받는 대가로 이자를 내야 한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건 달러다. 따라서 원화를 주면서 받는 이자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들여오는 달러에 대해서만 이자를 내는 셈이다.

이자는 거래할 때마다 정하지만 그리 높지는 않을 전망이다. 두 나라의 중앙은행끼리 거래인 데다 국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이뤄지는 거래라는 점이 감안되기 때문이다.

이광주 한은 부총재보는 “하루짜리 초단기 대출금리에 플러스 알파가 더해진 정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최근 FRB가 산업은행의 기업어음(CP)을 사주겠다고 발표하면서 내건 이자 조건이 3개월물 초단기 대출금리인 0.7~0.8%에다 2%포인트를 더한 것이었다. 통화 스와프 이자도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 스와프 계약을 했다고 반드시 달러를 가져와 쓸 의무는 없다. 미국과 통화 스와프에 합의한 10개국 중에서 캐나다(300억 달러 규모)와 뉴질랜드(150억 달러 규모)는 아직 한 푼도 쓰지 않았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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