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영업 찜질방.대형할인매장 부부싸움 단골 도피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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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밤 부부싸움 끝에 화가 난 부인이 처갓집으로 간다는 말은 이제 옛말.
주부 김모(34.서울송파구방이동)씨는 이달초 남편과 심하게 말다툼한뒤 오후10시쯤 치미는 울화를 견디지 못해 집을 나섰다.남편도 보기 싫은데다 싸우고 나면 매번 우는 애들도 자기차지라 생각하니 더욱 부화가 치밀어.홧김'에 아파트 문을 열고 만것. 친정으로 가면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드릴테니 싫고,그렇다고그냥 다시 들어가자니 찜찜하다.그래서 찾은 곳이 인근의 찜질방.입장료 7천원을 내고 들어간 김씨는 그곳에 와있던 여성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남편 흉도 보다보니 마음이 가라앉았다.
최근.한밤 부부싸움에도 주부들의 갈 곳은 많다'는 말이 최근신세대 주부들 사이에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이는 여성들이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찜질방(한증막)이나 대형할인매장들이 24시간 영업하고 있는데다 칵테일 한잔이 가능한 호텔 바나 드라이브하기 좋은 한밤의 대로도 새로운 주부들의 야간 안식처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들중 주부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찜질방과 대형할인매장.
24시간 찜질방은 집근처에 있다는 것과 여자들만 모인다는 장점으로 인해 밤에 남편과 말다툼을 한 주부들이 가장 즐겨 찾는곳이다. 현재 서울시내에서 24시간 영업하며 성업중인 찜질방은1백여곳.이곳에는 낮보다 오히려 오후10시이후 손님들이 더 많이 몰린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서울대치동에 있는 한 찜질방의 경우 밤에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오는 주부들도 많지만 혼자 찜질방을 찾는 주부가 반이상을 차지하는데 한두시간 머물며 스트레스를 풀고 간다는 것.
찜질방은 대체로 찜질시설.사우나.간이식당.수면실.운동기구등이갖춰져 있는데다 입장료도 5천~1만원 정도로 주부들이 한두시간화를 달래기엔 안성맞춤이다.
또 찜질방 외에 주부들이 야간에 많이 나서는 곳이 24시간 영업하는 창고형 할인매장.뉴코아백화점의 킴스클럽이 서울 잠원동을 비롯,일산.분당등 수도권일대 12곳 매장을 지난 10월부터24시간 영업체제로 바꾼후 오후10시부터 오전2 시 사이에 오히려 주부들의 발길이 더 붐비는 추세다.이들 주부들은 주로 남편이나 가족과 같이 오는 경우가 많지만 혼자 찾는 주부들도 전체 고객의 10~20%를 차지한다는 것.
또 오전2시까지 영업하는 시내 호텔바를 찾아 칵테일로 기분을풀거나 아파트 놀이터에서 차분히 분을 삭이기도 하며 운전을 할줄 아는 경우 올림픽대로나 자유로등에서 드라이브를 하기도 한다. 남편과 말다툼한후 창고형 할인매장을 갔다 왔다는 임미선(29.경기도고양시화정동)씨는“쇼핑하며 스트레스를 푼 다음 잔뜩 아내의 행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남편에게 웃는 얼굴로.당신 거'하고 속옷과 간식을 내밀었더니 금세 표정이 풀리더군요”라고 말했다.
성신여대 김태현(가정관리학과)교수는“집안의 냉전 해소를 위해주부가 찜질방이나 대형할인점을 찾는 것은 일시적으론 도움이 될수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므로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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