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 증시에 ‘감자 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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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증시 폭락장에서 '감자(減資)’하는 종목까지 속출해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식시장의 급락세가 가속화한 10월 들어 남한제지·케이엠에스·CMS·티티씨아이·포이보스·코어세스·글루넷 등 소형주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감자가 단행돼 해당 종목의 주가가 폭락했다.

상장사의 감자는 가뜩이나 주가의 과도한 하락으로 원금 손실이 커진 상황에서 이뤄져 투자자에게는 이중의 고통이 되고 있다.

감자는 자본 규모를 줄인다는 의미로 회사 입장에선 기업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며, 투자자에게는 주식 가치가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가령 보통주 10주를 1주로 병합하는 감자는 자본 규모를 100%에서 10%로 줄이는 것으로, 산술적으로 보면 주식 가치도 그만큼 떨어진다. 따라서 감자 결정이 나오면 대개 주가가 폭락한다.

상장사 대부분이 최근 감자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재무구조 개선은 투자자의 고통 분담을 전제로 하고 있다. 남한제지가 27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액면가 500원의 보통주와 우선주 각각 20주를 1주로 병합하는 95% 감자를 한다고 공시하자 주가는 곧바로 하한가로 추락했다. 같은 날 케이엠에스는 95% 감자를 완료해 자본금이 550억원에서 27억원으로 줄었다고 밝히자 주가는 감자 공시가 처음 이뤄진 올 7월의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클루넷은 보통주 4주를 1주로 병합하는 감자와 액면가 500원을 100원으로 나누는 주식 분할을 한 후 거래를 재개한 15일 이후 8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진 것을 비롯해 아흐레 동안 급락세를 보였다. 티티씨아이와 CMS·포이보스·코어세스 등도 이달 90% 이상 감자 결정을 내린 후 투자자들이 연속 하한가의 충격에 빠졌다.

정근해 대우증권 스몰캡팀장은 “시장 상황이 안 좋거나 경기가 불황일 때 기업의 위기능력이 드러나게 마련인데 코스닥 업체들은 위기관리능력이 떨어진다. 특히 유동성 부문에서 문제가 있는 기업이 생길 수 있어 현금 보유 수준 등 재무 안정성, 환 관련 리스크 유무 등을 살펴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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