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박중훈 코미디연기 탈피 진지한 조연으로 변신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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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박중훈은 한국영화에서 하나의 장르가 되어있다.그 장르란 물론코미디다.그가 출연한 영화들은 내용과 무관하게 자연인 박중훈이뿜어내는 코믹파워에 상당부분 기댄다.
때로 어눌하게,때로 기막히게 지어내는 그의 표정은 관객들의 웃음보를 정확히 짚어내 터뜨리는 마력이 있다.그가 주연하면 못건져도 본전은 뽑는다는 신화에 목을 맨 충무로가 「박중훈표 코미디」를 양산하다보니 그 자신에겐 억울한 측면도 생겼다.문제의식 없고 가벼운 개그만 넘쳐나는 한국 코미디영화의 전반적 문제점이 상당부분 그에게 책임지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85년말 『깜보』로 데뷔한 이래 연기생활 12년째로 접어드는 그에게 최근 외형적으로 의미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좌충우돌하는 코미디 주연에서 한발짝 물러나 진지한 「조연」을 자청해 맡고 있는 것.『투캅스2』에서 김보성 의 선배로 등장한데 이어 최근 촬영을 끝낸 『깡패수업』(12월21일 개봉예정)에서도 역시 후배 박상민을 밀어주는 2선역에 머물렀다.배역성격도 코믹한 부분은 드물고 전반적으로 잔혹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그가 맡은 역은 한국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일본으로 도피하는 중간보스 성철.그러나 비행기에서 자신을 알아본 바텐더 지망생 박상민의 후견인이 되면서 본의아닌 사건에 말려들어간다.
『아주 야비하고,인정머리 전혀 없는 철저한 이기주의자죠.어벙하고 웃기면서 인간적 연민이 갔던 그동안의「박중훈」과는 다르죠.하지만 이런 역이야말로 정말 인간적이고 현실적인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그래서 애착도 남다릅니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배역의 「크기」에 집착했었는데 올해부턴 배역의 「깊이」에 더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고 한다.『깡패수업』을 고른 것도 자꾸만 배역을 넘어 삐져나오는 자신의 코믹한 이미지를 진정시켜줄 만큼 영화가 진지하고 리얼했 기 때문이었다고.
『이 작품 했다고 코미디를 완전히 떠난 것도 아니죠.그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 좀 했다고 표현하면 가장 정확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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