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만에 문 닫는 중동문화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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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투자 전문가가 인천시 구월동 중동문화원을 방문해 전시품을 둘러보고 있다. [중동문화원 제공]

 인천시가 이슬람권 국가들과의 문화 교류를 위해 설립한 중동문화원을 개원 1년여 만에 뚜렷한 이유 없이 문을 닫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10월 남동구 구월동에 문을 연 중동문화원을 올해 말까지만 운영하고 내년부터는 ‘인천글로벌센터’(가칭)로 개편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인천 중동문화원은 인천시가 예산을 지원하고 한국·중동협회가 운영을 맡는 형태로 지난해 10월 22일 문을 열었다. 인천경제자유구역과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한 이슬람권의 투자유치 및 협조체제를 갖춘다는 명분이었다. 1700㎡ 규모의 이 문화원은 특별전시관, 중동역사관, 아라비아 사막 전시관, 비즈니스센터 등을 갖추고 전시회·문화공연·아랍어강좌 등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개원 당시에는 주한 중동 각국 대사들이 대거 참석하고 중동 지역 주요 언론도 ‘동아시아 최초의 이슬람문화원 개원’으로 다루는 등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인천시는 최근 갑작스레 문화원 운영을 맡고 있는 한국·중동협회에 폐쇄를 통보했다. 인천시 국제교류센터 권용철 사무처장은 “특정 문화와 지역이 아닌 세계의 다문화를 수용하고 인천 거주 외국인들에 대한 지원 사업을 하는 글로벌센터로 개편하기 위한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인천시가 ‘특정 종교를 지원한다’는 오해를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진영 한국·중동협회 사무총장은 “이달 초 인천시의회에서 ‘중동문화원이 이슬람교 선교 활동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는 발언이 나온 직후 폐쇄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방적인 폐쇄로 중동 국가들과의 신뢰 관계가 손상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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