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여자분들만 ‘살짜기 옵서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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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관객만을 대상으로 성인영화를 상영한다? 지난해 처음 열린 핑크영화제는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서울의 한 극장에서 소규모로 열렸는데도 객석 점유율이 80%를 웃돌았다.

핑크영화라는 일본의 독특한 저예산 성인 장르를 소개한다는 취지에 더해, 여성 관객 위주의 관람 편의를 내세운 점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덕분에 올 제2회 핑크영화제(www.pinkfilm.co.kr)는 상영관이 네 곳으로 확대됐다. 다음달 1일 극장체인 씨너스의 서울 이수점을 시작으로, 부산(씨너스 오투)·대전·파주(씨너스 이채)에서 차례로 28일까지 열린다.

핑크영화는 1960년대에는 일본 전체 영화편수의 4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전성기를 누렸다. 요즘도 여전히 아날로그 필름을 고수하며 제작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평균 300만 엔(약 4500만원)의 초저예산이라는 점이다. 여배우의 노출 등 몇몇 기준만 충족하면, 감독의 재량권이 비교적 폭넓게 허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덕분에 핑크영화의 범주를 넘어선 수작은 물론 유망한 신인 감독을 발굴하는 성과도 거둬왔다. ‘쉘 위 댄스’의 수오 마사유키도 핑크영화 출신이다.

올해는 제제 다카히사 감독의 ‘아나키인 재팬스케’(99년), 사토 도시키 감독의 ‘단지부인 옆집 소리’(2000년) 등 최근 10년간의 수작과 최신작 등 총 15편을 상영한다. 다카히사는 핑크영화 특유의 성적 묘사에 과격한 폭력성과 문제적 메시지를 가미한 영화세계로, 해외영화제에도 곧잘 초청되는 감독이다. 상영작 중에는 소라 아오이가 주연한 영화(‘아오이 소라의 쓰무기’, 2004년작)도 있다. 청순한 얼굴로 한국 남성들에게 인지도 높은 AV(어덜트 비디오) 스타다.

물론 올해도 여성 관객만 관람이 가능하다. 남성 관객은 개막일, 그리고 매주 수요일 여성 관객을 동반하는 경우에 한해 관람할 수 있다. 영화제 기간 중 다카히사 감독 등이 내한할 예정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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