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현대' 프로축구 챔피언 등극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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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모든 구단이 우승을 열망하지만 현대구단의 그것은 차라리 비원(悲願)에 가까웠다.
83년 12월6일 국내 다섯번째 프로팀으로 탄생한 현대는 84년 슈퍼리그 준우승.86년 제1회 프로축구선수권대회 우승.지난해 아디다스컵우승을 차지하는등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프로리그 우승고지와는 인연이 없었다.
우승을 위해 기울인 현대의 투자와 정성은 눈물겨울 정도다.
83년 네덜란드에서 활약하던 허정무를 할렐루야와 줄다리기 끝에 스카우트했고 같은 해 대우와 법정싸움까지 벌이며 대학최고의센터포워드 노인호를 불러들이는등 전력강화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86년에는 프로축구 최대의 스카우트 분쟁으로 기록되는 「김종부 파문」의 주역을 맡았고 끝내 대우에 김을 빼앗기자 프로팀중최초로 해체를 선언해 축구계를 발칵 뒤집기도 했다.
89년엔 라이벌팀의 간판이던 강득수.정종수.변병주등을 모조리사들이는 과감성을 보여줬다.어떤 구단도 현대만큼 우수선수를 불러모으는데 저돌성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현대가 보유했던 감독들의 면면은 「손큰」현대의 뚝심을 증명한다.초대감독 문정식씨를 비롯,조중연.김호.차범근.고재욱감독에 이르기까지 「스타」아닌 감독이 없고 태극마크를 달아보지 않은 인물도 없다.
그러나 현대는 우승타이틀에 관한한 철저히 불행했다.
최초의 우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88시즌에는 마지막 순간까지 선두를 달리다 막판에 좌초,기회를 놓쳤다.
당시 협회를 장악하고 있던 대우가 국가대표팀 감독물망에 오르던 현대의 김호감독과 포철의 이회택감독 가운데 이감독을 밀기 위해 고의로 포철에 패해주었다는 풍문이 나돌기도 했다.
91년 김감독의 바통을 이은 차범근감독도 매해 우승문턱까지 가면서도 막판에 추월을 허용,정상일보직전에서 좌초하는등 불운이잇따랐다.
올시즌에도 현대의 우승은 물건너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대의 열망은 마지막 순간에 믿을 수없는 역전드라마로찬란한 결실을 맺었다.그것도 현대 특유의 막판 밀어붙이기가 먹혀든 결과였다.어쩌면 상대가 재계의 라이벌인 삼성이었던 것이 현대의 오기를 더욱 불사르게 했기에 가능했던 기 적이었는지 모른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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