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災상처 아물지않은 鐵原주민들겨울나기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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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기온이 영하 9.4도로 뚝 떨어진 16일 오전8시 강원도철원군서면와수3리 수재민 마을.
집 한귀퉁이만 남은 가옥 마당에 설치된 컨테이너하우스에서 金선녀(56.여)씨가 나와 물통 얼음을 깨고 아침쌀을 씻는다.손이 이내 시뻘겋게 부어오른다.
수도는 꽁꽁 얼어붙어 날이 풀리는 오후1~2시나 돼야 쓸 수있다.이 때문에 金씨는 이때나 돼야 세수를 하고 설거지와 빨래를 한다.全영석(35).경환(28)두 아들과 함께 5.5평짜리단칸 컨테이너에 살기 때문에 金씨는 옷을 갈아 입을 때면 옆에있는 부서진 집으로 가야 한다.
수마(水魔)가 마을을 휩쓸고 지나간지 벌써 1백10여일.어떻게든 추위가 닥치기 전에 새 집을 지을 예정이었지만 계속 늦춰져 12월께나 이 신세를 면할 것같다.
수해의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겨울을 맞고 있는 강원도철원의 수재민들은 요즘 겨울나기에 근심이 태산이다.
20여가구가 있던 동네 한편의 집들이 쓸려내려가고 아직도 길이 1백20.폭 20정도의 물웅덩이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철원군김화읍청양3리 남대천변의 컨테이너하우스에서 남편과 둘이 사는 朴의숙(52)씨.朴씨는 지난주 군지원금 50만원으 로 스티로폼으로 컨테이너 외부를 둘러친 뒤 비닐로 꽁꽁 싸는 것으로 월동준비를 했다.바닥에는 전기보일러를 깔았지만 길이 2.폭 1 정도만 온기가 느껴질 뿐이다.요즘은 온기를 보존하기 위해 이불을하루종일 펴놓지만 한밤에는 한기가 느 껴져 잠을 이루기가 쉽지않다. 이불과 옷도 구호물자로 받은 여름 것이 대부분이다.
수재민들이 가장 애태우는 것은 주택복구.복구대상 4백73동 가운데 준공 80동,공사중 1백97동을 제외하면 거의 손도 못댄 상태다.기존마을 인근 고지대로 마을을 옮길 예정인 김화읍청양3리 40가구,갈말읍정연리 68가구,이길리 71 가구는 아직도 금간 집에서 살거나 남의 집살이를 한다.
군의 이주 택지 조성작업이 부지매입 문제등으로 늦어지는데다 건축에 따른 주민들의 재정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집단 이주는내년 여름이나 돼야 마무리 될 전망이다.일부는 남의 집살이 할형편도 못돼 컨테이너하우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당초 군에서 공급한 컨테이너하우스는 69동.집이 마련돼 이사한 40가구를 제외하고 29가구는 컨테이너하우스에서 겨울을 보내야 한다.컨테이너하우스는 5.5평 크기로 한쪽에 싱크대가 설치돼 있다.그외 구호물자로 받은 한칸짜리 장롱,서 랍장이 유일한 가구다.
『내 빚이 1천만원이오.정부에서 집 짓는다고 1천80만원을 융자해 준다고 합디다.정부보조 5백40만원,수재의연금 3백만원등 총2천1백만원으로 집을 지으라는 게요.그 돈으로 집을 지을수 있겠소.』청양3리 全태봉(57)씨는 농사지으려면 농기계도 새로 사야 하는데 자식들에게 갚지도 못할 빚만 물려주는 것같아숨도 안쉬어진다고 말했다.철원 수재민들은 그 어느 해보다 스산하고 긴 겨울을 맞고 있었다.

<철원=김춘식.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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