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가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배구 강국 이탈리아를 꺾고 아테네 올림픽 본선행을 사실상 확정했다.
국제배구연맹(FIVB) 8위인 한국은 12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체육관에서 벌어진 올림픽 예선 4차전에서 세계 4위 이탈리아를 3-2로 이겼다. 1, 2세트를 내주고 내리 3, 4, 5세트를 따내는 믿어지지 않는 승리였다.
전날 러시아에 이어 이틀 연속 풀세트 승리를 거둔 한국은 4전 전승을 거뒀다. 남은 세 경기에서 한 경기만 이기면 아테네행을 확정짓는 한국은 약체인 나이지리아(세계 38위).푸에르토리코(17위)와의 경기를 남겨놓고 있어 낙관적이다.
러시아가 '덩치 큰 곰'이었다면, 이탈리아는'키 큰 여우'였다. 주전 전원이 1m80㎝가 넘는 장신이면서 오픈공격은 물론 속공.이동공격.시간차 공격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한국을 괴롭혔다. 한국은 1세트 17-25로, 2세트는 10-25로 무너졌다.
패색이 짙게 드리운 순간 김철용 감독은 목 부상으로 쉬고 있던 노장 세터 강혜미(현대건설)를 투입했다. 강혜미의 빠른 토스를 정대영(현대건설.19득점)이 속공으로, 최광희(KT&G.22득점)가 시간차 공격으로 연결했다. 한국은 3세트를 25-17, 4세트를 25-18로 따내 풀세트까지 끌고 갔다.
여기까지는 역전 드라마의 서곡에 불과했다. 한국은 5세트에서 이탈리아의 노련한 세터 마우리치아 카치아토리의 토스워크에 말려 11-14로 몰렸다. 한점만 더 내주면 끝나는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한국은 정대영의 속공과 김미진(도로공사)의 블로킹으로 추격하더니 김사니(도로공사)의 서브 에이스로 순식간에 듀스를 만들었다. 분위기를 반전한 한국은 16-16에서 최광희의 스파이크로 17-16을 만들었고, 장소연(현대건설)의 끝내기 가로막기로 러시아에 이어 2002년 세계선수권 우승팀 이탈리아까지 잡는 이변을 연출했다. 한국은 14일 오후 6시 맞수 일본과 대결한다.
장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