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상품 “건강하면 깎아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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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 마케팅이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생활이 팍팍해진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 들고 있다. 깎아주기가 잘 통할 것 같지 않은 보험 상품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보다 싸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보험 상품도 잘 살펴보면 할인 받을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보험사에서 건강체, 건강인 또는 우량체 할인이라고 부르는 특약이다.

많은 생명보험사들은 담배를 피우지 않고 혈압, 비만 지수 등이 정상이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특약은 보통 종신보험이나 CI보험, 정기보험 등에 부가되어 있다. 할인 받을 수 있는 조건은 통상 1년 이상 비흡연자이며 혈압과 비만도 등이 정상인 경우다. 이런 요건은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혈압이나 비만 지수의 수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대상이 되는 요건 자체가 다를 수 있다. 또 모든 생명보험사 상품이 이런 건강인 할인 특약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가입시에는 상품마다 조건을 잘 살펴야 한다.

대한생명의 경우 건강체 할인 조건은 가입 직전 1년간 비흡연자이며 최대 혈압치는110~139mmHg, 체질량 지수인 BMI(Body Mass Index) 수치가 20.0~27.9일 것 등 이다. 변액 CI보험, 유니버셜CI보험 등 이 회사의 보장성 상품에 대해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BMI는 비만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로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다. 반면 AIG생명은 비흡연만을 내세우고 있다. 이 회사의 ‘비흡연자 할인 특약’은 프라임평생설계 보험과 평준정기보험 상품 등에적용된다. 2004년 1월 이후 가입자에게 적용되며 조건은 1년 이상 비흡연자일 경우이며 대략 1 ~ 7% 할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른 많은 생보사들은 대체로 흡연여부, 혈압 비만지수 등을 함께 감안하고 있다. 건강인 할인의 요건 중에서는 아무래도 흡연 여부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예컨대 건강인 할인을 받다가 가입 기간 중에 다시 담배를 피우면 보험료 할인 혜택이 취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가입 기간 중에도 담배를 피우다 금연하게 되면 이후 1년이 되는 시점에 가입 회사에 연락해 검사 절차를 거친 후 건강인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이때 요건에 해당되면 혈압과 BMI 수치 등도 함께 통과해야 된다. 흡연 여부는 주로 소변 샘플에 의한 니코틴 유무 검사를 통해 판단한다.

이 같은 할인 특약이 운영되는 상품은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금호생명은 가입 조건을 따지지 않은 무심사 상품은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심사 상품인 베스트 유니버셜 종신보험, 무배당 뉴프라임 라이프 종신보험, 가족사랑 정기 보험 등은 건강인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푸르덴셜생명은 이 회사의 모든 종신보험이 이 특약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할인율은 4~14% 수준이며 2006년 1월부터 2007년 12월 사이 건강체 할인이 부가된 건수는 전체 계약 건수의 16.5%” 라고 밝혔다.

건강인의 할인율은 상품과 가입 연령, 가입 기간 등에 따라 다르다.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또 남녀 성별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흡연 비율이 적어 건강인 할인을 적용 받는 대상자가 남자보다 많고 할인율은 남자보다 적은 것이 일반적이다. 아울러 대체로 종신보험보다 정기보험의 할인율이 높은 편이다. 종신보험이 종신 토록 보장하는 상품인 반면 정기보험은 일정 기간을 정해 보장하기 때문에 건강 문제가 보험금 지급과 더욱 밀접하게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설명한다. 또 가입하는 연령과 조건에 따라 할인율도 달라진다.

삼성생명의 슈퍼정기보험을 예로 들어보자. 이 상품은 순수보장형으로 보험 가입 금액이 1억원이고 20년 만기에 보험료를 20년간 매월 내는 월납으로 가입한다고 가정하자. 이 때 비흡연자인 20세 남성이 가입하면 보험료의 20%를 할인 받을 수 있다. 보험료는 20년간 72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또 비흡자인 40세 남성이 가입하면 34.7%가 할인된다고 이 회사는 설명했다. 20년간 총 408만원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교보생명이 건강인 할인을 운영하고 있는 상품은 큰사랑 종신보험, 변액 유니버셜 종신보험 Ⅱ, 큰사랑 CI보험, 정기보험 등이다. 이 중 종신보험과 CI보험은 할인율이 대략 남녀 평균 5~15% 수준이지만 정기보험의 할인율은 5~35% 수준이라고 이 회사는 설명했다.

한편 건강인 할인을 받을 때 유의할 점이 있다. 보험 가입 시에 적용 받았다고 해서 납입 기간이 끝날 때까지 무조건 적용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가입 후 담배를 피우게 되면 보험금 지급 시에 약정된 보장 금액보다 적은 금액을 받거나 보험료를 중도에 할인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 건강인 할인을 받다가 일정 기간 흡연하게 되면 보험 회사에 이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 이 같은 사실도 원칙상 고지 의무가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제정갑 객원기자 jk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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