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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문화기행 - ② 남사당바우덕이풍물단

중앙일보

입력

영화 ‘왕의 남자’에서 소개되면서 세상 사람들의 각광을 받게 된 <남사당>. 안성에 가면 그 남사당의 신명나는 풍물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전수관이 있다.

조선시대부터 구한말에 이르기까지 장터와 마을을 떠돌아다니며 곡예, 춤, 노래 등을 공연했던 남사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연예집단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조선 시대 말기의 안성은 남사당패의 주요 터전으로 유명했다. 안성의 청룡사(靑龍寺)는 사당패를 이어 남사당패의 주요 터전이었다. 일정한 거처 없이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유랑 연예 집단인 남사당패는 겨울이 되면 이곳 청룡사 불당골로 모여들어 지친 몸을 쉬면서 자신의 기예를 다듬고, 새로 들어온 신참들에게 기예를 가르쳤다. 간혹 여자가 한둘 기는 경우가 있었으나 이는 조선 후기에 와서의 일이고, 남사당패는 보통 사오십 명의 독신 남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고 한다. 남사당패는 맨 위에 꼭두쇠를 정점으로 그 밑에 곰뱅이쇠, 뜬쇠, 가열, 삐리, 저승패, 동짐꾼 등으로 구성되어 풍물, 버나, 살판, 어름, 덧뵈기, 덜미 등의 놀이를 행하였다.
지금의 남사당바우덕이풍물단은 남사당패 역사상 유일무이한 여자 꼭두쇠(우두머리)였던 안성 ‘바우덕이’의 예술혼을 기리고 남사당문화를 복원 전승하기 위해 2002년 5월 창단됐다. 당대 최고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최고 스타 ‘바우덕이’에 관한 얘기는 이러하다.
성은 김(金)이고, 이름은 암덕(岩德)이기 때문에 岩을 바위로 풀어 바우덕이라 불렀다고 한다. 사내 마음을 사로잡는 뛰어난 미모와 옹골찬 소리가락, 산들산들 바람에 휘날리는 줄타기 재주가 당내 최고의 경지에 달해 그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었을 정도였다고. 뛰어난 기량으로 판놀음을 걸판지게 펼치는 그녀의 자태는 너무 고와 시름시름 가슴 앓은 남정네가 양반, 상민 할 것 없이 허다했다고 한다. 타고난 천부적 재능과 미색을 겸비한 총기로 남사당패의 꼭두쇠로 추앙받았고 꼭두쇠로 활동하며 놀라운 재능을 발휘하여 남사당패의 전성기를 이루어냈다. 고종2년(1865년) 경복궁 중건 때는 농악대회에서 뛰어난 재주를 보여 대원군으로부터 당상관 정삼품의 벼슬과 함께 옥관자를 하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성 남사당의 맥은 조선조 말기의 바우덕이로부터 시작해 김복만-원육덕-이원보-김기복으로 이어졌고 해체와 결성을 거듭하면서 끈질긴 맥을 잇고 있었다. 그러다 몇 년 전 영화 ‘왕의 남자’의 흥행은 또다시 사람들을 안성 남사당공연장으로 이끌었다.

남사당 공연은 풍물(풍물놀이), 버나(접시돌리기), 살판(땅재주), 어름(줄타기), 덧뵈기(탈놀이), 덜미(꼭두각시놀음) 등 총 여섯 마당으로 구성된다. 고사굿을 필두로 숨돌릴 틈없이 보여주는 각각의 놀이는 재담과 해학, 익살, 사회 풍자를 담아 관중들의 웃음을 유도한다. 아쉽게도 남사당풍물공연은 10월 25일(토)을 마지막으로 올해의 공연일정은 끝이 난다. 야외공연인 관계로 동절기에는 공연이 불가하기 때문이다.(문의 031-678-2518) 내년 4월, 완연한 봄기운과 함께 다시 시작되는 공연을 기약하며 사진으로나마 흥겨운 풍물을 감상해보자. 특별히 사진은 ‘2008 안성남사당 바우덕이축제’ 마지막 날의 모습이다.

남사당패 여섯가지 놀이 중 첫번째 순서인 풍물놀이. 풍물놀이는 20~30명이 꾕가리, 장구, 북, 징, 소고, 태평소의 악기를 갖고 진풀이 · 무동(새미놀이) · 벅구놀이 · 채상놀이 · 선소리 등 다양하다.

약 15m 길이의 천을 매달고 돌리며 노는 12발 상모놀이.

"잘하면 살판이요 못하면 죽을 판이다"이라는 말에서 살판이라는 명칭이 붙여진 살판놀이. 살판은 어릿광대와 꾼이 재담을 주고받으며 서로 땅재주를 부리는 놀이로 익살이 넘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3m 높이 줄 위에서 펼쳐지는 줄타기. 줄타기에는 왕의남자 감우성의 대역으로 유명한 무형문화재 명인 권원태씨의 익살스런 재담과 화려한 줄타기 묘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진 남사당풍물공연이 펼쳐지는 남사당 전수관 야외무대 바로 옆에는 안성의 예술인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복합문화공간 ‘아트센터 마노’가 자리하고 있다.

최경애 워크홀릭 담당기자 doongj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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